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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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옛날의 그 집/ 박경리

2008.06.09 13:53

오연희 조회 수:953 추천:222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가 마지막으로 남긴 시편( '현대문학' 올 4월호 발표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란 마지막 행이 턱, 걸린다. (중앙일보 2008. 5. 6. 기사글 <창작 열정 반세기...한국문학의 극점을 이루다' 타계한 작가 박경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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