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
어제:
7
전체:
1,292,273

이달의 작가

노을/기형도

2008.06.06 13:09

오연희 조회 수:1266 추천:231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하며


        (.........)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문득 거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日常의 恐怖


        보여다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살아 있는 그대여


        오후 6시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기형도 시인의 詩<노을>










        노을빛이 아름다운 서쪽 창가에 앉아서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시인의


        詩 한 편을 읽는 저녁무렵.






        살아있는 이 세상의 모든 그대여,


        西行하는 근심의 빛깔은 접어두세요.


        땅에 떨어진 햇빛은 어디엔가 살아서


        이 세상을 살찌우는 양분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당신의 삶 뒤로 사라진 시간들도


        어디엔가 쌓여져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소중한 양식이 될 줄 믿습니다.






        누구나 아득한 혼자임을 알기에


        살아있는 그대여,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여,


        그대와 나의 이마에는 붉은 노을이 떠서


        오후 6시임을 알게 합니다.


        生의 오후 6시,


        그러나,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그대여,






        삶의 쓸쓸함을 모아 태우면


        노을 냄새가 난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을 듣는 노을지는 무렵,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하늘은 노을빛으로 저물어갑니다.


        그러나 저물어가는 것은 노을 뿐,


        우리는 날로 새로워져야 합니다.


        우리는 날로 아름다워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마음에 밟히는 노을이여!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 클릭 (Click) 새모시 2004.11.21 342
80 그 호수의 찻집에서 김진학 2004.11.27 493
79 마음을 따스하게 1 오연희 2004.11.30 367
78 마음을 따스하게 2 오연희 2004.12.11 373
77 겨울밤의 소망 김진학 2004.12.12 322
76 촛불 큰언니 2005.01.06 328
75 김진학 2005.01.12 442
74 불씨 김진학 2005.01.26 435
73 꽃잎을 슬픔처럼 달고/ 최순희 오연희 2005.04.03 374
72 낮은 곳 김명남 2005.04.08 321
71 묘소로 가는 아리랑 김명남 2005.04.12 425
70 기억 부수기 김진학 2005.04.25 523
69 어이하라고요 김선미 2005.06.01 425
68 바위 이정화 2005.07.17 390
67 허수아비 江熙 2005.09.08 380
66 그대 상사화로 피고 지고... 江熙 2005.09.16 492
65 당신이란 사람 문해 2005.09.27 460
64 거리의 노인 김진학 2005.11.15 446
63 가을바다 김진학 2005.12.03 507
62 그래서 웃을 수 있습니다 오연희 2006.02.13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