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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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야자수 그늘 아래서

2003.07.03 05:48

호박 조회 수:205 추천:43

저희집 뒷마당엔 크다란 야자수가 몇그루 우뚝서 있습니다.
저희집것이 아니지만 나무담위로 저의 뒷마당과 저의 집을 내려다 보고 있는데
참 멋진 풍경이랍니다.
저 야자수 관리하느라고 수고는 뒷집에서 하고
즐거움은 저의 집에서 누린다고 하면서 ...
저의 집에 오신분들은 모두들 한마디씩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2층인 제방의 창문에 비치는 야자수의 모습은
얼마나 저의 기분을 상쾌하게 돋구어 주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오늘 전..
참 이상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 큰 야자수가
'난 알고 있어..'
'이집에 살고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집의 주인은 바뀔지라고
대부분 심겨진 나무들은 늘 그자리에 있잖아요.
특히 그 야자수는 나이테가 투실하게 붙어있는 고목이거던요.
오늘 그야자수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수야! 어떻게 된건지 넌 알고 있지?
이전주인집 아들의 눈동자가 그리도 흐리고
그리고 성적표는 모조리 F 였던 사연을..
(제가 부엌청소하다가 장식장 구석에 박혀있는
성적표를 발견했거던요.)
너무 가슴아픈 사연을 우리집 아니 우리 뒷집 야자수는
다 알고 있겠지요.
그 아들녀석이 좀 잘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자꾸 드네요.

모두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호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