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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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영상시>8월/이외수

2003.08.06 02:38

오연희 조회 수:86 추천:10








          8월 / 이외수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주지 않는다

          빌어먹을 낭만이여
          한 잔의 술이 한잔의 하늘이 되는 줄을
          나는 몰랐다
          젊은 날에는
          가끔씩 술잔 속에 파도가 일어서고
          나는 어두운 골목
          똥물까지 토한 채 잠이 들었다
          소문으로만 출렁거리는 바다 곁에서

          이따금 술에 취하면
          담벼락에 어른거리던 나무들의 그림자
          나무들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나는 울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리석다

          사랑은
          바다에 가도 만날 수 없고
          거리를 방황해도 만날 수 없다
          단지 고개를 돌리면
          아우성치며 달려드는 시간의 발굽소리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흐린 날에는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 아주 오래전..
이외수님시인의 수염기른 덥수룩한 외모를
혐오스러워 했던적이 있었답니다. ㅎㅎㅎ

8월이고
그리고 하필이면 목로주점에서
술을 마셨다고 해서..
눈에 번쩍 뜨이더군요.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진다"
는말이
마음에 와닿긴한데...
전 아직 그런 경지에 가보질 않아서..
확실히는 모르겠네요...
아직도 뭔가 자꾸 채우고 싶어하니..ㅠ.ㅠ


모두들 평안한 하루 되십시요!*^*

호박 (瑚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