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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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저의 하소연 한마디.

2003.10.09 11:53

이행은 조회 수:29 추천:3

연희님 말씀 하나도 틀린 것 없어요.

정말 "살아있는 사람들의 숙제" 맞습니다.

그리고 "정직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일생을 통해서 나와 엮어지는 사람들 중에서 '어디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냐?' 하면 또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제가 가장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은 세일즈맨들입니다.

그런 저를 생각할 때마다, 나중에 제가 그런 직업을 가졌을 때 제가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저처럼 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떻게 물건을 팔아서 살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반문도 해 봅니다.

그러나 제가 그동안 몇차례에 걸쳐서 속은 결과이지, 어떤 편견을 가지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니랍니다.

어제 제 직장에 제약회사에서 세일즈맨들이 나왔습니다.

전 직원을 한곳에 몰아 넣고 점심까지 대접하면서 약의 효능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설명을 들을 때에는 진지하게 듣더니(점심 먹느라고 그랬나 봅니다. ㅋㅋㅋ), 그곳을 빠져 나와서는 다들 의심스럽다고 한마디씩 던집니다.

전 약의 효능을 의심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짜 그 회사에서 나왔는지, 우리에게 보여줬던 실험이 속임수는 아닌지, 깎아 준다는 가격을 더 깎을 수는 있는 건지, 그 약이 진짜 그 성분으로 만든 것이 맞는지 . . . 구구한 억측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매사에 모든 사람들을 믿을 수만 있다면, 이러저러한 고민없이도 좋은 물건들을 싸게 구입할 수가 있을 텐데도 말입니다.

전 알아 볼 것 다(?) 알아 보고, 여러 사람들이 사는 것을 보고나서야 . . . 그것도 우습지요? 함정이 어디에 숨어 있을 지도 모르는데 . . . 약 1시간이 흐른 뒤에 고민을 접고 그 약을 샀습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면서도 이렇게 치열한 눈치작전과 번민을 겪어야 하다니 . . . 씁쓸했습니다.

지금 그 약은 아직도 제 직장 서랍 안에 들어 있습니다.

실은 어머니 드릴려고 산 건데,

"또 샀냐? 또 샀어? 너 또 속았구나? 너 다시는 안 산다고 했냐, 안 했냐? "

하시는 저희 어머니 말씀이 무서워서 아직 꺼내질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사다가 나른 엉터리 약이나 물건이 한두개가 아니거든요? 헤헤.

싸구려는 싸구려대로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싸구려를 싸구려답게 팔면 그 물건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짜는 엄청 싫습니다.

특히 먹는 약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은 정말 증오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연희님 말씀이 정말 가슴에 콕 와 닿았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숙제! 란 말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