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7 23:08
춘식이는 사랑이 너무 힘들어 숨이 막힌다. 몇 년 동안 보냈던 편지와 선물더미를 한아름 돌려받아 가슴에 안고 돌아 나오는 길은 허망했다. 어스름한 저녁별을 헤이지도 못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민망해 했다. 종아리의 힘이 풀려 걸음을 옮겨 뗄 수가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가 공원 벤치에는 밤이슬이 가득 내려 앉아 있었다. 흐리게 비쳐오는 가로등의 형광빛은 춘식이의 마음을 아픔으로 가득 채운다. 서러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아우성을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비맞은 고양이가 야웅거리며 지나가 공원안의 도서관 창문을 순식간에 넘는다. 숙이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멀어지지 않고 더 가까이 다가온다. 단발머리였던 소녀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바람 앞에 웃고 있다. 결코 놓을 수 없는 순간들이 아른거려 어쩔바를 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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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싸해지네요. 한 하늘 아래 어디선가 그리움 삭이며 성실하게 잘 살고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