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오늘:
99
어제:
52
전체:
249,907

이달의 작가

시는 사랑을 싣고

2023.06.09 21:04

Noeul 조회 수:72

시는 사랑을 싣고 - 이만구(李滿九)

잊혀가는 그 가을날에 주었던 낙엽 한 장
오래된 일기장 속의 책갈피
빛바랜 노란 은행잎을 꺼내 보며
아련히 떠오르는 중학교 친구를 찾고 싶다

외딴 시골, 흙먼지 나는 가로수 길 지나
삼학동까지 통학하던 '박종명'
추억에 묻힌 맑은 종소리, 그 이름 불러본다

홀어머니와 누이랑 한 마을에서 살면서
늘 단정한 용모과 눈웃음 짓던 그가
어느 토요일 오후, 집으로의 초대
회현 방면 시외버스 타고 간 가을날이었다

산언덕 위 종탑에서 울리던 저녁 종소리
그 교회 뒤뜰, 사택에서 살던 누이의
한약 달이는 부채소리와 기침소리...
우리는 집으로 가던 길에 교회 먼저 갔었다

가난이 판치던 힘겨운 시절 함께 보내며
애틋한 우정과 애환 나누던 옛 친구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은 나의 동창생 '종명'아~

긴 세월 흘러도 마음속 깊이 남겨진 그리움
내가 먼저 고향 떠나 너와 끊어진 이후,
네 모습은 이제 영영 찾을 길 없구나
아스라이 먼 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릴 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 침묵 앞에서 [1] Noeul 2018.01.03 532
83 봄이 오는 길목에서 Noeul 2017.12.22 472
82 겨울 멜로디 Noeul 2019.12.28 391
81 도시의 겨울비 [1] Noeul 2020.05.13 359
80 걷다 오는 행길 [1] Noeul 2021.05.01 325
79 오레곤에 와서 [1] Noeul 2022.11.01 287
78 국화꽃 한 송이 Noeul 2024.02.08 253
77 여창의 달빛아래 Noeul 2024.02.04 211
76 가을에 핀 배꽃 Noeul 2023.01.14 202
75 길 위의 자유인 Noeul 2024.02.05 199
74 유월의 소나무길 Noeul 2023.06.24 183
73 자카란다꽃 Noeul 2023.07.11 136
72 국제전화 Noeul 2023.09.21 136
71 거울 속의 아버지 Noeul 2023.11.06 134
70 몽고반점 Noeul 2024.02.08 128
69 망향 Noeul 2023.11.24 123
68 외로운 별빛 Noeul 2024.02.08 122
67 윤사월 붉은 봄꽃이 Noeul 2024.04.03 116
66 봄의 자리에 누어 Noeul 2024.03.17 115
65 그때 생각이 Noeul 2023.06.21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