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4 14:19
소풍 - 이만구(李滿九)
생애 첫 번째 마련한 집은 숲 속의 빈터
둥지 튼 작은 이층 집
그 한적한 곳에 처음 울타리 치고
계절 품은 꽃밭 만들어 단풍나무 심었다
이국땅, 낯선 로사리오 장미의 도시
우린 고향의 늙으신 홀아버지 모셔와
아이도 없이 알콩달콩 살던 젊은 날
착한 내 사랑 손수 도시락 챙기어
지팡이 짚으시던 울 아버지 태우고
산과 바다로 떠나던 즐거운 주말 소풍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
주일에 가장 좋은 옷 차려입고 명절처럼
성당 미사 보러 나들이 가는 날
가을 강가에는 코스모스 한들거렸다
강물 따라 덧없이 흘러간 세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추억만 남긴 체
"잘 있거라" 손사래 치시던
공항의 이별, 그 뜨거운 안녕
노을 진 하늘로 멀어져 간 그리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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