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4 15:32
9월의 가로수 - 이만구(李滿九)
해는 점점 기울어 가고 갯바람 이는
강변 가로수 길 위에
가을의 전령 인가
포플러 노란 단풍잎 몇 개 떨어져 나부낀다
향수의 기억, 그 요람은 없다
새로운 땅에 길이 나고 열 지어 선 가로수
길 오가는 사람들과 인사 나누며
떨칠 수 없이 타오르는 낙엽들...
땡볕 아래 초록은 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흙은 어머니 품속이기에
침묵의 뿌리내리고
뒹그는 낙엽은 어디로 흩어져 날리는가
부러진 가지를 이고 서있는 고목 하나
화사하게 물이든 낙엽은 지고
오후에 내리던 빗방울
마지막 샛노란 잎사귀 위에 편지를 쓴다
먼 항구, 바닷새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좁은 길 따라 혼자 만의 시간
바람은 가지마다 싸늘한 창문을 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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