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4 15:55
겨울 덤불숲 - 이만구(李滿九)
도시의 아스팔트 길로 나뉘어 있는
산 아래 성냥갑 집들이 보이고
저수지 호수 넘어 먼바다의 낙조
해가 산허리 돌아 덤불숲 노을 진다
가파른 산들이 축축이 겨울비 맞아
파릇한 잎사귀는 산길 반기며
육산의 물기 올려 마냥 푸르러
덤불숲 우거져 옹기종기 모여 산다
고지 오르는 길 서로들 눈인사하며
순한 짐승처럼 돌바위 계단 삼아
한 가지 의지로 가야 할 순례 인양
각자 참고 견디는 그 모습 아름답다
작은 멧새 날아와 지저귀는 새소리
떠도는 하늘 구름 그림자 드리워
길 양옆 나무 덤불숲 응달 지고
저녁 황혼 꽃 속에 봄맞이 준비한다
정상의 표지석 주위에도 도란도란
바람결에 이리저리 고개 흔들며
산 위 바윗돌 사이에도 함께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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