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4 16:04
산유화 앞에서 - 이만구(李滿九)
숲길 걷는 이들 뭇시선 머물다 가는
저만치 있는 모습 그대로
한 철 피었다 지는 산꽃이 곱다
아련하고 청초한 기품으로
낙엽 진 숲에 피는 꽃
나빌레라 펼치는 듯
꽃망울 터트리는 화사한 꽃이여!
외진 산속에 숨어 살고 있었노라
겨울비 찬비에 젖어
싹 틔우고 자라나
여기, 나 꽃을 피웠노라고
바위돌 틈사이 다소곳이 웃고 서 있다
함초로이 아침이슬 머금고
산에 사는 꽃이여!
밤 사이 비친 별빛 모아
어느덧, 허공 속에 바람꽃 피우는가
영영 가신 내 님의 넋 기리려나!
피어오르는 그윽한 꽃향기
잎새 이는 바람결에 새들이 지저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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