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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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보배로운 눈

2008.03.24 07:25

김동욱 조회 수:492 추천:70

나는 길눈이 어둡다. 몇 번씩 다녔던 길도 제대로 찾아가는 법이 없다. 몇년 전 뮤지컬을 관람하고 나서 도로변에 주차해 두었던 자동차를 찾느라고 3시간 이상을 헤매고 다녔던 적도 있었다. 길눈만 어두운 것이 아니라 눈썰미도 없다. 내가 보았던 것은 물론, 사람의 얼굴까지 도무지 잘 기억을 못한다. 동문회 등에 참석해서 2~3시간 정도를 같이 보낸 선후배들의 얼굴을 기억해 낸다는 것은 나에게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에 속한다. “인사도 하지 않는 버릇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아는 사람 같아서 인사를 건넸다가 “누구신가요?”라는 되물음을 당해야 했던 경우도 또 얼마나 많았던가? 옛날에 어떤 권력자가 당대의 고승(高僧)에게 물었다고 한다. “당신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이요?” “부처로 보이십니다” “내 눈에는 당신이 돼지로 보이는데 당신의 눈에는 내가 부처로 보인단 말이요?” “돼지의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법입니다”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육신의 눈이 아니라 마음의 눈이다. 육신의 눈이 나쁜 사람은 안경을 착용하거나 콘택트렌즈를 사용하여 밝은 눈을 가질 수가 있다. 요즘은 수술을 통하여서도 사물을 밝게 볼 수 있는 눈을 소유할 수가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의 눈은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없이는 고쳐지지 않는다. 사안(事案)을 바로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기심을 떨쳐버리고 대상을 정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내가 바로 보아야 상대방도 나를 바로 보게 된다. 내가 상대를 믿어주어야 상대도 나를 신뢰하게 된다. 상대가 나를 믿어주면 나도 상대를 믿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신뢰는 내가 먼저 상대방에 주어야 한다. 내가 먼저 받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않는 한 어떠한 신뢰도 생기지 않는다.신뢰가 없는 곳에 바른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다. 바른 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면 어떠한 대상도 바로 바라볼 수 없다.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데 무엇이 또렷하게 보이겠는가? 마음의 눈은 대상을 깨끗하고 정직하게 바라보아야 열려지게 된다. 작년 가을이었다. 교회에서 수련회를 갔었다. 새벽잠에서 깨어나 산책로를 걸었다. 산속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걸으며 ‘왜 어떤 것들이 나에게는 보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을까?’ ‘왜 어떤 것들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는데 내 눈에는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30여분 정도를 걷는데 문득 깨달아지는 게 있었다. ‘그래!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내 몫이야!’ 하는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안 보이는 쓰레기가 내 눈에 보였으면 그 쓰레기는 내가 치워야 할 쓰레기이고, 길을 걷다가 걸인이 눈에 띄면 그 걸인은 내가 도와야 할 사람인 것이다. 마음의 눈을 뜨자! 밝은 마음을 갖자! 마음이 어두우면 밝은 것을 보지 못한다. 밝은 마음이 아름다운 눈을 갖게 한다. ‘돼지를 부처로 볼 수 있는 눈’ 그런 눈이 보배롭고 좋은 눈이다. 김동욱(뉴욕 코리안 닷 넷 대표) * 뉴욕한국일보 2008년 3월 22일(토요일)자 A11면 동서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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