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9 11:01
겨울밤 풍경 - 이만구(李滿九)
창밖에는 철 그른 겨울이 찾아와
하얀 꽃 선사하던 큰 배나무가
세월에 밀리어 이제야 단풍이 들고 있다
환절기 기침을 하며 커튼사이로
자주 깨어 바라보는 밤 풍경
가로등 불빛아래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섣달의 달빛이 고요하다
벽에 걸린 달력의 마지막 한 장
티 없는 성심 어린 그림 속의 성모님
내가 공경하는 그분이 날 바라보시는 듯
아기예수 안고 계시고
나는 기우는 한 해를 정리하고 싶다
내게도 저 붉게 물든 겨울 낙엽처럼
내 안에 잊고 산 그 무엇이
하늘에 흐르는 별이 되어 표류하는 것일까
떠나온 고향집에는 이만 때쯤이면
앙상한 가지 위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이고
집 대문 앞 푸른 대숲에서
서걱거리는 바람소리 들려오는데...
나는 앞서 간 사람들 마음도 헤아리며
예전에 보았던 버몬트 단풍인가
깊어가는 겨울밤, 만추의 풍경 바라다본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4 | 정월의 봄비 | Noeul | 2024.01.28 | 58 |
63 | 차창 밖 풍경 | Noeul | 2023.06.14 | 58 |
62 | 밥상 | Noeul | 2024.01.10 | 58 |
61 | 밤과 낮 | Noeul | 2023.11.23 | 59 |
60 | 어머니의 빨랫줄 | Noeul | 2023.06.14 | 59 |
59 | 9월의 가로수 | Noeul | 2023.06.14 | 59 |
58 | 타인의 해후 | Noeul | 2023.10.22 | 59 |
57 | 초여름 아침햇살 | Noeul | 2023.06.14 | 60 |
56 | 사랑은 더디 오더이다 | Noeul | 2024.01.17 | 60 |
55 | 충무공 이순신 | Noeul | 2024.01.23 | 61 |
54 | 독방 | Noeul | 2024.01.20 | 61 |
53 | 천년의 바위 | Noeul | 2023.06.14 | 62 |
52 | 아침 둘레길 | Noeul | 2023.06.14 | 62 |
51 | 아카시아 꽃길 | Noeul | 2024.01.02 | 62 |
50 | 꽃그늘 | Noeul | 2023.12.29 | 63 |
49 | 길은 멀어도 | Noeul | 2023.12.27 | 63 |
48 | 바닷새의 꿀잠 | Noeul | 2023.06.13 | 64 |
47 | 고향에 눈은 내리고 | Noeul | 2023.12.31 | 64 |
46 | 풀숲 속 무꽃향기 | Noeul | 2023.06.09 | 66 |
45 | 겨울 덤불숲 | Noeul | 2023.06.14 | 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