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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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꽁치김치찌개

2008.07.24 10:00

김동욱 조회 수:776 추천:95

오늘은 점심 시간에 꽁치김치찌개를 먹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택하는 메뉴입니다.

제가 어렸던 시절에는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날도 흔하지 않았습니다. 김치찌개에 꼭 들어가야 하는 돼지고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이라 돈이 궁하기도 했었고, 동네에 정육점도 없었습니다. 수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는 관촌엘 가면 정육점이 있었지만,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날은, 동네에 초상이 나거나 혼사가 있거나 환갑 잔치가 있을 때였습니다. 상을 당했거나 잔치를 치르는 집에는 필수적으로 돼지고기가 필요했습니다. 찌개도 끓여야 했고, 전도 부쳐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상을 당했거나 잔치를 치르는 집에서는 돼지를 잡을 때, 자기네 필요의 배가 되는 크기의 돼지를 잡곤 하였습니다. 반은 자기네가 쓰고, 반은 동네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습니다. 그런 때면, 저희 집에서도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는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한 근(600 그램)의 고기에 김치를 잔뜩 넣고, 또 물은 얼마나 많이 부었는지... "돼지고기가 헤엄치고 나왔겠다!"라고 아버님께선 농을 하곤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통조림이라고 하는 것이 출현했습니다. 어른들은 '간스메'라는 이름으로 부르곤 하셨습니다. 그 말이 일본어라는 것은 한창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뭇튼, 그 통조림이 꽁치통조림이 돼지고기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냉장고가 없어도 제법 오랫동안 보관을 해두고 먹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김치에 꽁치통조림을 넣어서 어머님께서 끓여 주시던 찌개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유난히 음식 솜씨가 좋으셨던 어머님... 어머님께서 끓여 주시는 찌개에 밥을 먹고 싶은 욕심이 생겨 납니다.

식당에서 먹은 꽁치김치찌개... 어머님께서 끓여 주시던 찌개의 맛에 견줄 바는 못되지만, 옛날의 추억에 잠겨 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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