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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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불쌍히 여김을 받도록

2008.12.03 02:44

金東旭 조회 수:541 추천:127

지난 11월 19일, 자동차 산업의 구제를 요청하기 위해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빅3’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전용비행기 사용으로 의원들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살려달라고 ‘구걸’하러 온 사람들이 2만여 달러가 드는 전용비행기를 탄 것은 한마디로 ‘자세가 안됐다’는 것이었다. 하원 금융위원회의 게리 애커먼 의원(민주, 뉴욕)은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 빅3 CEO들은 전용비행기를 타고 구제금융을 요청하러 왔다”면서 “턱시도에 중절 모자를 쓴 신사가 노숙자 배급소에서 음식을 구걸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당연하고 따끔한 질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한국에 살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몇 백 만원 정도의 돈을 가지고 이자 놀이를 하는 아주머니가 계셨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월 2% 내외의 이자를 받으면서 몇 십 만원 정도씩의 돈을 융통해 주거나, 은행에서 할인할 수 없는 소기업 발행의 약속어음을 할인해 주며 이식을 취하는 일을 하는 분이셨다. 이 아주머니가 어떤 경우에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돈을 빌리러 오면서 자가용을 타고 오거나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자기는 버스를 타고 다니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자기한테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이 자가용을 타고 오고 택시를 타고 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빅3’의 최고 경영자들과 내가 알고 지냈던 아주머니로부터 돈을 빌려쓰지 못했던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서, 우리 주님 앞에 서 있는 우리들은 어떤 모습인지를 돌아본다. 십만 불을 호가하는 고급 세단을 타고, 한 벌에 천 불도 넘는 양복을 차려 입고 교회에 가서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는 사람들, 손가락질을 해대며 평신도들을 향하여 온갖 잔소리를 해대면서 “낮은 자세로 섬기게 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는 직분자들, 비싼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강대상과 화려한 꽃으로 장식된 강단에서 온갖 폼은 다 재고, 세상에서도 쉽게 사용하지 않는 온갖 비속어를 구사해 가며, 성도들을 향하여 반말지꺼리를 해대며 설교랍시고 떠들어대고 “하나님께서 귀하게 쓰시는 겸손한 종이 되기를 원합니다”고 기도하는 목사들... 그들을 향하여, 아니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향하여 우리 주님께서는 뭐라고 질책을 하고 계실까? 우리 모두 주님 앞에 불쌍한 모습이 되자! 주님께서 불쌍히 여기실 수밖에 없는 낮은 자세로 임하자! 우리가 높아지면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도우실 수가 없다. 우리가 자고해 있으면 우리 주님께서 우리와 동행하실 수가 없다. 우리가 낮아져 있을 때, 우리가 불쌍히 여김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주님을 우리의 심령 속에 모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가 낮아져서 무릎 꿇어 기도하면 된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실 수 있도록,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돕기를 원하시는 마음이 생기도록, 우리가 낮은 자세로 살아가며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된다. 이제 금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금년 초에 세웠던 많은 계획들과 다졌던 작정들이 모두 어느 곳에 가 있는지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 상관없다. 지금부터 단 한 가지만 하자! 낮아지자!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실 수 있도록 살아가자! 주님으로부터 불쌍히 여김을 받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축복이다. * <크리스찬 투데이> 2008년 12월 3일자 시사 칼럼 IN &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