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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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삶'은 시간 메꾸기

2008.12.23 05:13

金東旭 조회 수:446 추천:115

때가 때인지라 요즘 ‘삶이란 무엇일까?’ 자문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말로 삶을 정의하겠지만, 난 요즘 ‘삶이란 시간 메꾸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 났다. 엄마의 몸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아니 엄마의 뱃속에 잉태된 순간부터, 우리는 시간이라고 하는 벗을 만나 그 벗과 평생을 동반하여 살아가게 된다. 시간이라고 하는 벗과 함께 하는 여정, 그것이 곧 우리의 삶이고 인생인 것이다. 우리네 인생 여정의 동반자인 시간을 어떠한 것들로 메꾸어 나가느냐가 우리의 삶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타인에게 유익을 주는 것들로 메꾸어 간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들로 메꾸어 간다. 타인에게 유익을 끼치는 것들로 자기의 시간을 메꾸어 가는 사람들 중에는, 과학자도 있을 것이고, 훌륭한 정치가도 있을 것이고, 빼어난 예술인도 있을 것이고, 땀흘려 일하는 근로자도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들로 자기의 시간을 메꾸어 가는 사람들 중에는 살인자, 패륜아, 부정부패에 찌든 권력자, 탐욕과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쪽에 속할까? 전자일까? 후자일까? 전자에 속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형편은 도저히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후자에 속한다고 말해야 할 만큼 못된 삶을 살아온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어떤 것들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메꾸어 왔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것들로 나의 시간을 메꾸어 가기를 원했지만 결코 그러하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남들을 위하여 작은 것이라도 나누어 주며, 주위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며,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배려하는 것들로 나의 시간을 메꾸고 싶었지만, 한 해의 끝에 와 있는 지금 정직하게 나를 바라보니 부끄러움 투성이다. 아무 것도 누군가를 위하여 나누어 주지 못했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는 커녕 주위의 사람들을 아프게 했고,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배려하기는 고사하고 내가 그들의 짐이 되기도 했었다. 얼마 남아 있지 않은 2008년이란 시간과의 이별을 고하기 전에 비록 작은 것일망정 유익한 것들로 나의 시간들을 메꾸어 가자! 가진 것이 변변치 못하니 물질은 나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은 나눌 수 있지 않은가? 따뜻한 관심, 사랑스러운 마음, 다정한 인사… 별로 힘들이지 않아도 나눌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로 나의 시간들을 메꾸어 가자! 이런 시간들이 나의 인생과 동행하게 하자! 내가 시간과의 이별을 고했을 때에 몇몇 사람들로부터는 ‘괜찮았던 사람’으로 회상되어질 수 있도록 살아가자! 김동욱 <뉴욕 코리안 닷 넷 대표> * 뉴욕한국일보 2008년 12월 23일자 A 10면 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