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8 18:08
정월의 봄비 - 이만구(李滿九)
둔탁한 타악기 소리, 중저음 자장가
귀 익은 낙숫물 스타카토까지
아침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들려온다
잠에서 깨어 난 정월의 이른 봄
공항의 흑백사진 한 장
그 해, 기창 밖에 하염없이 내리던 비
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가슴에 묻힌 옛 생각 기지개 켠다
그때처럼, 이국의 산과 들 흠뻑 적시는
그칠 줄 모르게 내리는 궂은비
올해도 무사하길 비는 마음
행운이 봇물 터지는 단비 되길 빈다
저 비바람소리 무슨 소식 전해오는가
한 해의 우산 쓰고 나서는 발걸음
집 문밖, 호숫가 서성이며
수면 위 떨어져 사라져 가는
보슬비 내리는 소리 귀 기울여본다
길섶, 파릇파릇 풀포기 되살아나고
바윗돌에 선 물오리 파르르 떠니
서걱거리는 갈대숲, 봄의 서곡 협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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