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6
어제:
24
전체:
1,292,459

이달의 작가

아무개 목사의 아내

2009.06.02 06:25

김동욱 조회 수:718 추천:120

어제는 특별한 이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저는 뉴저지에 있는 XX XXX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XXX 목사의 아내 XXX 입니다.”로 시작되는 이메일이었습니다. 제가 혹시 글을 잘못 읽은 것은 아닌가 하고 다시 한번 읽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사모’라는 호칭은 스승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지체가 높은 사람의 부인’을 부르는 호칭으로 확대 적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장관의 부인을 부를 때도, 시장의 부인을 부를 때도, 사장의 부인을 부를 때도, 부장의 부인을 부를 때도, 아뭇튼 자기 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의 부인을 호칭할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사모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사회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에서도 쓰입니다. 목사의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부릅니다. 전도사의 부인도 사모님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는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지체가 아무리 높은 사람도 자기 아내를 호칭할 때 ‘사모(님)’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총리도, 장관도, 회장도, 사장도 자기 아내를 부를 때는 ‘우리 집 사람’, ‘제 안 식구’, ‘아이(들) 엄마’ 등의 호칭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어떻습니까?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자기의 아내를 ‘사모(님)’라고 부릅니다. 남편이 아내를 높여 부릅니다. 코미디도 보통 코미디가 아닙니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웃기는 코미디가 있습니다. 목회자의 아내가 자기 스스로를 ‘사모’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사모’라는 호칭이 ‘타인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면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높이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총리 부인도, 장관 부인도, 회장 부인도, 사장 부인도 아무리 지체가 높은 사람의 부인도 자기가 자기를 ‘사모’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자기 아내를 사모라고 부르고, 자기 스스로를 사모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시 되는 ‘교회’ 속에서 살아 오다가 “XXX 목사의 아내”라는 표현을 대하고 나서, 그래도 바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모님’이 계시다는 사실에 어제 종일토록 상쾌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새홈을 열며 [13] 오연희 2005.01.22 8435
3187 The Rose / Bette midler [1] 박상준 2012.03.24 924
3186 진짜 맞습니까? 남정 2003.05.18 908
3185 어느새 [2] 이상태 2019.11.27 846
3184 중앙일보 <오피니언> 등재 글 file 씰버보이 2009.06.25 831
3183 연희님, 내용칸에 한글로 글을 올릴수가 없어요(제목칸은 한글이 됩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늘 생각하면서도 안부전하지못해 죄송해요. 오랜만에 서재에 들리니 꾸준하게 글을 쓰시는 연희님의 모습이 아름답게 도전이 됩니다. 미미 2009.07.13 816
3182 땅콩졸임 남정 2009.10.24 795
3181 이별노래/ 정호승시 이동원노래 오연희 2008.06.11 783
3180 꽁치김치찌개 김동욱 2008.07.24 776
3179 사랑한다. 올캐 대단하다,올캐, 또한 고맙다. 이부자 2009.07.10 775
3178 꽃지는 저녁/정호승시 김원중노래 오연희 2008.06.30 768
3177 Brian Crain (브라이언 크레인) - Sienna 유봉희 2010.10.05 762
3176 한국일보[오피니언]면 "좋은 이웃"-오연희- file 종파 2009.03.29 760
3175 인생은 벽돌쌓기와 달라 金東旭 2009.04.08 742
» 아무개 목사의 아내 김동욱 2009.06.02 718
3173 정말 감사 !---참 뜻깊은 만남 이기윤 2007.08.27 717
3172 무화과 냄새를 맡고 file 구슬 2009.05.17 714
3171 사랑스런 여인, 연희님께 미미 2011.12.18 707
3170 변치않는 file 오연희 2009.06.15 697
3169 Josh groban 의 "You Raise Me Up" [1] 오연희 2012.08.06 675
3168 힘들어 찾은 머나먼 고향 [2] 김영교 2017.01.16 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