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3 19:31
윤사월 붉은 봄꽃이 - 이만구(李滿九)
내 이름도 더 알려하지 마시라
검게 탄 얼굴 무어라 내세울 것 없는 나목이
높다란 가지 끝에 당당히
벌거벗은 몸에 붉은 꽃만 피었다
혼자서 이 한적한 거리 서성일 때
하도 봄하늘이 푸르러
망설이는 눈길, 저 맑은 하늘가
윤사월 꽃가루 흩날리나
닭 볏 만한 꽃술 빈 가지에 매달려있다
남은 세월 그리 멀지 않다고
하늘 우러러 먼저 핀 이국의 가로수 꽃
그 누가 나무랄지라도
왜 이 세상 이 자리에 서 있냐고
나는 결코 네 이름 다시 묻지 않겠다
세상에는 이름 없는 나무도 있고
미지의 꽃처럼 남몰래 사라져 간 사람들...
죽은 이 영혼 위로하는 듯
하얀 정오의 거리에서
세월의 허무한 마음 스치고 갔을까
비 내린 후, 사월의 청명한 하늘에
검은 가지에 피어 난 붉은 꽃
한 시절 저 생명의 절정을 보며 길을 걷는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 | 뒷모습 | Noeul | 2024.01.20 | 71 |
40 | 물밥 식사 | Noeul | 2024.01.20 | 70 |
39 | 귀로의 밤 | Noeul | 2023.12.03 | 70 |
38 | 나를 찾는 숲 | Noeul | 2024.01.21 | 69 |
37 | 산유화 앞에서 | Noeul | 2023.06.14 | 69 |
36 | 겨울 덤불숲 | Noeul | 2023.06.14 | 67 |
35 | 풀숲 속 무꽃향기 | Noeul | 2023.06.09 | 66 |
34 | 고향에 눈은 내리고 | Noeul | 2023.12.31 | 65 |
33 | 꽃상여 | Noeul | 2023.12.29 | 65 |
32 | 바닷새의 꿀잠 | Noeul | 2023.06.13 | 64 |
31 | 남원으로 갑니다 | Noeul | 2024.02.03 | 63 |
30 | 아카시아 꽃길 | Noeul | 2024.01.02 | 63 |
29 | 길은 멀어도 | Noeul | 2023.12.27 | 63 |
28 | 독방 | Noeul | 2024.01.20 | 62 |
27 | 아침 둘레길 | Noeul | 2023.06.14 | 62 |
26 | 천년의 바위 | Noeul | 2023.06.14 | 62 |
25 | 국수 한 그릇 | Noeul | 2023.11.23 | 61 |
24 | 충무공 이순신 | Noeul | 2024.01.23 | 61 |
23 | 사랑은 더디 오더이다 | Noeul | 2024.01.17 | 60 |
22 | 초여름 아침햇살 | Noeul | 2023.06.14 | 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