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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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엄마도 여자예요?

2003.06.01 16:14

오연희 조회 수:285 추천:49

오늘 아침 딸이 자신의 차에서 자꾸만 메이터넌스
체크하라고 경고 글이 뜬다며 시간 있으면 정비 좀 해달라고 아빠한테 부탁을 했다.
남편은 알았다 해줄게 답을 하자마자 나를 부르더니
딸래미 차 오늘 정기 검진을 좀 해줄 수 있냐며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해 주겠다고 답해놓고는 나보고
하라는 건 뭔가 말이다.
그래서 한마디 하고 말았다.
참 이상하네..
딸 앞에선 아빠가 해준다며 인심 다 써놓고
마누라한테 시키는 건 뭐예요? 했더니
아..뭐..딸은 여자니까 자동차에 대해선 아무래도 잘모를
거 같아서…….이러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럼 마누라는 여자 아니예요? 따졌더니..…
오잉? 순종적(?)인 마눌이 반항을?
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때 아빠 차를 몰고 학교 가려던 딸이 뭔가
빠진 것이 있다며 집에 다시 들어왔다.
딸에게 아빠가 글쎄 넌 여자라서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를 거라며 엄마보고 차 첵캅하러 가보란다.
기가막혀…엄만 여자 아니냐? 하고 물었더니
엄마도 여자예요? 라고 되 받아친다.
뭐시라꼬? 아니.. 여자 아니면 뭔데? 했더니
아빠 한테 엄만 여자가 아니란다.
아빠 앞에서 방구도 뀌고 트림도 하고 그러는데 어떻게
여자로 보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니 그럼 넌 여자니? 했더니... 그렇단다.
난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넌 방구뀌고 트림 안하냐?
아빠 앞에서…했더니
어!…나도 하네..그럼 나도 여자 아니네…이러면서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딸이 엉거주춤하게 대답을 해놓고는 저도 이상한지
낄낄대고 웃는다.
나도 따라 한참을 웃었다.

가족이라는 편안함이 있는곳엔 가리는 것이 없어진다.
물론 최소한의 예의는 있겠지만 있는 모습 이대로 충분한
마음의 쉼터인 가정...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하지만…아이들이 느끼는 부모라는 자리에 있는 나!
오늘따라 까맣게 잊었던 "여자" 라는 이름의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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