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3 14:44
보랏꽃 피는 산 - 이만구(李滿九)
청초한 가을꽃, 코스모스 새순처럼
파릇이 돋아난 야생 로즈메리
상큼한 산내음 맡으며
꿀향기 스치는 쿠메야이 산길 오른다
철쭉꽃 어우러져 피어나던 산
가고픈 고향 산자락에도
그 꽃잎 따던 추억의 봄은 아직 여전한가
눈이 부신 햇살아래 펼쳐지는
저 보랏꽃 만발한 나무숲
성당 가는 가로수 길
자카란타꽃 보다 더 화사하게 피어있다
가까이 가보면, 싸락눈이 쌓인 듯
찬란한 봄날의 꽃타래가
사순의 어둔 그림자 드리우고
가지마다 주렁주렁 수북이 매달려있다
한 시절, 외진 곳에 꽃 피우다 저가는
어느 누구의 보랏빛 순정인가
어찌, 그 본디의 마음 헤아릴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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