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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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넌 언제나 머뭇거려

2004.04.09 17:17

오연희 조회 수:345 추천:80

넌 언제나 머뭇거려/吳蓮姬

생각만 맴 돌고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단박에 내 목소리 알아듣던
그리움이 부르면 벌떡 일어나 걸어오던
내 영혼의 가락은 어디 갔지?

두 살 터울 언니랑 피 터지게 싸울 때
자동으로 튀어나오던
욕이었다가

막내 여동생 똥 기저귀 때문에 눈총 받던
동네 빨래터
맑은 시냇물 소리였다가

산등성이 무덤가에 솟은
오래 씹으면 껌이 되던 달콤한
풀잎 향기였다가

동네 건달 품에서 바둥거리던
애 띤 추억다방 레지의
뒤돌아서 훔치던 눈물이었다가

팔랑거리며 다가오다간
슬며시 뒷걸음쳐 버리는

생각 날 듯,
들릴 듯,
입이 떼일 듯 하다가
고개 떨구는
다가 가면 그만큼 물러서 있는
꼬부랑 글씨처럼

내가 부르면 서둘러 달려 올 줄 알았는데
넌 언제나 머뭇거려

추억은
더욱 선명한 모습으로
나를 보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