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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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낮잠

2004.05.22 11:50

오연희 조회 수:263 추천:58

낮잠/오연희


가족이 모두 빠져 나간
토요일 오전
모든 외출 미루고
밀린 잠 속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정상 가동 되지 않는다고
신호를 보내오는
내몸의 자동 장치
빚 갚듯이 그렇게
이불 속으로
몸을 실었다

잠들락 말락
달콤한 순간
귀를 찢는 전화벨 소리
달려가면 끊기기를
수차례
오늘은 기어코 자야돼
다시 잠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두어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의식
창 밖을 내다 보니
너무 환한 하늘
내가 없어도
아무일 없이 돌아가는세상
외롭다

죽음 여행의 배경은
캄캄한 밤이
제격이라는 생각에
가슴 멍한데

가까이서 들려오는
풀깍는 소리
재재불대는 새소리
엠블란스 사이렌소리
화들짝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2004년 5월 22일(토요일)



배.경.음.악

gypsy passion 2 - corsica

by Sergei Trota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