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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현장엿보기]사춘기 자녀의 특징

2003.07.08 01:48

오연희 조회 수:629 추천:54

예전엔 미운 일곱살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두세살만 되면 미운 짓을 시작한다는 엄마들의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사람의 수명은 훨씬 길어졌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겪고 넘어가는 미운 일곱살과 사춘기는 더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 부모의 눈엔 어리기만 한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몹시 당황스러워지고 때로는 섭섭한 마음이 들어 속을 끓기도 한다.

황당한 순간마다 화를 내다보면 아무리 부모-자식간이라도 불편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다간 부모가 아이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필자의 경우도 딸과 아들이 고등학교를 갓 올라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행동으로 우리 부부를 놀라게 했다.

외출할 때나 집에 돌아왔을 때 늘 엄마, 아빠 볼에다 뽀뽀를 하던 아이들이 슬그머니 뽀뽀를 피하기 시작했다.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잠자기 전에 아빠가 딸의 침대에 가서 다정스럽게 등이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잘 자라고 볼에 뽀뽀를 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딸이 기겁을 하듯이 그러지 말라고 하며 싫어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달라진 딸의 태도에 당황해 하는 남편을 보니 측은한 생각이 들었고 딸에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딸에게 살며시 가서 “아빠는 네가 사랑스러워 그러는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물론 딸이 이해한다고 말은 했지만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남편과 나는 미국의 성문화와 학교에서 은연중에 배우게 되는 성교육에서 오는 반응이 아닐까 짐작해 보면서 서운한 마음을 달래곤 했다.
우리 눈엔 이상행동으로 보이던 그 기간이 다행히도 빠르게 지나갔고 지금은 대학생인 두 아이가 까슬까슬한 아빠 볼에 그리고 엄마 볼에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뽀뽀를 한다. 물론 그 후론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아빠가 딸의 몸에 손을 가까이 대는 것을 조심하게 됐다.

이처럼 사춘기엔 아이들마다 색다른 여러가지 징후가 나타난다. 물론 자녀의 성품에 따라서 쉽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사춘기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부모님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 교회에 잘나오던 어느 교인이 어느 날부터 잘 보이지 않기에 그분과 친한 분께 안부를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교인의 고등학생 아들이 사춘기를 너무 심하게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인이 처음엔 한인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고 지금은 미국인과 재혼해서 살고 있음을 알고 있었던 터라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내 마음 한구석이 철커덩 내려 앉는 것 같았다. 나중에는 교인의 아들이 마약을 시작했고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자기 엄마에게 행패를 부렸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소리까지 듣게 됐다.

자녀들의 사춘기 경험을 이야기 할라치면 어느 부모인들 할말이 없으랴만 자녀의 개성이 너무도 강해 힘들어 했던 부모님들이 의외로 많다.

마약, 이성문제, 학교성적, 음주, 인터넷 중독 때로는 부모의 이혼까지 많은 문제들이 사춘기라는 이름과 함께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길로 들어서기도 하지만 그렇게 심하게 사춘기를 경험했던 아이들이 잘만 극복하면 더욱 철들고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사춘기! 그 단어만 들어도 지금도 가슴이 아련해진다. 그 혼란을 혼자서 안고 오랫동안 끙끙댔던 우리 때와는 다르게 요즘의 아이들은 성숙도가 빠른 탓인지 더 일찍 경험하고 더 심하게 사춘기를 겪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더욱 지혜로워져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 자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길 기대해 본다.

이메일 문의 ohyeonhee@hotmai.com
입력시간 :2003. 03. 17 15: 12
2003년 3월 18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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