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자존심 / 성백군

by 하늘호수 posted Aug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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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자존심 / 성백군

 

 

담장 밖

길 쪽으로 나온 가지에

노란 오렌지가 주렁주렁

입맛 돋운다

 

따면 되는데

높아서 못 따는 것도 아닌데

까치발에 팔만 뻗으면 닿는데

남의 것이라 안 딴다

 

서너 걸음 앞

갓길 풀숲에 낙과 오렌지

반갑게 주워 들여다보는데

벌써 임자가 따로 있다

꼼지락거리는 개미들, 이름 모르는 벌레들

 

모처럼 용기를 냈는데

자존심 상한다. 뿔난 자존심

이양, 버릴 것이면 비닐봉지에라도 몇 담아

길가에 내놓으면

인심 좋다는 이웃 소리는 들을 텐데

 

, 제삿날이나 잔칫날이면

담 넘으로 음식을 나누어 먹던

유년 시절이 그립다

잘 산다고 뿔이 나고 못 산다고 뿔이 난 자존심

뽑으면 좋으련만

서로 들이받다가 이웃 간에 원수 될까 두렵다.

 

   1414 - 08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