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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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적인지 동지인지

2009.07.03 04:20

오연희 조회 수:397 추천:82





(48쪽)

지금 내 옆의 동지가 한순간에 적이 되는 순간이 있다.
적이 분명한 적일 때, 그것은 결코 위험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동지인지 적인지 분간이 안 될 때, 얘기는 심각해진다.
서로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그런 순간이 올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될까?
그걸 알 수 있다면 우린 이미 프로다.

지금 내 옆의 동지가 한순간에 적이 되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적은 언제든 다시 동지가 될 수 있다.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때 기대는 금물이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지금 그 상대가 적이다,
동지다 쉽게 단정 짓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다.

나는 누구의 적이었던 적은 없는지.


-노희경 <敵>, 노희경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중



★막장 드라마라는 민망한 용어까지 등장하는 우리나라 TV 드라마계에서 작가 노희경의 존재는 정신 번쩍 나게 하는 우물물 같습니다.
그녀는 보기 드물게, 매번 치열한 성찰의 기운이 그대로 묻어나는 노희경표 드라마들을 선보입니다. 인간을 잊지 않는 작가라는 별칭이 조금도 과장되지 않게 느껴집니다.

상대를 적인지, 동지인지 쉽게 단정하지 말라며 혹시 내가 누군가의 적이었던 경우는 없었는지 自問해 보라는 말이 비수처럼 가슴을 찌릅니다. 한동안 침묵중이지만, 노희경의 드라마는 그녀의 글처럼 늘 그렇게 삶의 잠언같은 표창을 날립니다. 폐인이라 불릴 만큼 준비된 열혈 시청자가 많은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출처] 추천의 글: 노희경, <적敵> |작성자 혜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