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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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쑥부쟁이 꽃잎처럼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 주은

      연보라색 쑥부쟁이꽃잎이 점점 야위어갑니다 따가운 가을햇살에 쑥부쟁이의 살이 잘게 잘려나가고 나의 살도 잘게 잘려나갑니다. 지상엔 종이장처럼 얇아진 쑥부쟁이 꽃잎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하늘엔 물기로 영글은 붉은 홍시가 종처럼 매달려 소리없이 웁니다. 그리운이가 눈물나게 생각나는 가을날 물안개 자욱하게 오르는 양수리 두물머리 산책길을 걷습니다. 수직으로 오르는 물안개와 수직으로 떨어지는 낙엽 그 사이 스레이트지붕 한쪽이 풀석 내려 앉은 폐가 장독대엔 그리움을 절여둔 항아리와 아픔을 절여둔 크고 작은 항아리 위로 사랑를 감추었다 들킨것처럼 아침이 오고 숭숭 구명 뚫린 손수건만한 창문에 잘못 날아온 고추잠자리 한마리 거미줄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목덜미 저린 아침 그곳에도 슬픔이 물안개처럼 오르는 새벽강이 있습니까 그곳에도 아무도 거들떠 보는 이 없는 거미줄에 걸린 고추잠자리가 있습니까 그곳에도 외로움에 머리를 쥐어뜯는 맨발의 쑥부쟁이가 있습니까 그곳에도 이 무섭고 쓸쓸한 가을이 있습니까


      "A man must eat a peck of salt with his friend before he knows him." 사람은 친구와 한 숟갈의 소금을 나누어 먹었을 때 비로소 그 친구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