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 ♣
통
김영교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통이 있다.
나에게는 소중한 통 두개가 있다.
밥통과 젖통이다.
그스름 계산에 꿈띤 나는 <밥통>이라고 늘 놀림을 당했다
그 후 살아 남기 위해 나는 암氏에게 내 밥통을 내 주었다
가슴이 풍만하지 않아도 젖이 잘 돌아
시어머니 앞에서 젖통을 내어 애에게 물리곤 했다
아들 둘 건강한 게 다' 에미 젖통 덕이다' 어머님의 말씀이다
지금은 체중이 줄어
밥통은 없어지고 젖가슴은 가라앉았지만 부끄러웁지는 않다
둘다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귀하다.
무척 귀하다.
어느날 이웃 친구의 퇴근 길
자랑한 멸치 볶음은 잊고 반찬 조금 안겨준 적이 있었다
빈 그릇 돌려주려는소식
가을 편지에 묻어왔다
남아 돌아가는 김치통과 반찬통
그리고 빈통들,
언젠가 사랑이 체워져서
누군가의 부엌시간 줄여주는 날 있으리
비운 그 크기 만큼 요긴하게 쓰일 데가 있으리
세상의 통들이여
빈 통들이여,
가장 소중한 것이 담겨질 기다림에 머물러 있으라!
아직 비우지 못한 탐욕의 찌꺼기가 밑창에
가득한
나,
쓰레기 통
밤마다 빈 통 꿈을 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