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0 05:19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수 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빗물 고인 거리에 철벅거리며 엎어진
내게 이별도 남기지 않은 채
가버렸던 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지요.
그가 죽는다는데 어쩌면
그가 나를 모욕하고
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날들만 떠오르다니.
저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리고 그의 죽음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지만
그러나 그것 역시 진실이었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만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수 없다 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 번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
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이별로
향하는 길이라 해도 걸어가고 싶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때의 그와 그때의 나를
이제 똑같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똑같이 말입니다..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지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中에서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0 | 그대의 겨울/윤석훈 | 오연희 | 2006.08.08 | 206 |
149 | 마음의 여유가 아름답습니다/좋은글 | 오연희 | 2006.08.08 | 452 |
148 |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영상 | 오연희 | 2006.08.08 | 331 |
147 | 빛을 따라서/정문선 | 오연희 | 2006.08.08 | 347 |
146 | 눈길머문그곳에/안경라 | 오연희 | 2006.08.08 | 216 |
145 | 물의 길/장태숙 | 오연희 | 2006.08.08 | 316 |
144 | - 행복한 동행 중에서 - | 오연희 | 2006.08.08 | 205 |
143 | 누구나 처음부터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 오연희 | 2006.08.08 | 233 |
142 | 꼭 닮고 싶은 마음 | 오연희 | 2006.08.08 | 222 |
141 | 영상/유봉희시인께 | 오연희 | 2006.08.14 | 253 |
140 | 영상/박영호시인께 | 오연희 | 2006.08.14 | 272 |
139 | 장미/영상 | 오연희 | 2006.08.17 | 270 |
138 | 영상/정찬열 선생님께 | 오연희 | 2006.08.23 | 222 |
137 | 침묵/영상글 | 오연희 | 2006.09.02 | 190 |
136 | 가을부근/영상 | 오연희 | 2006.09.14 | 192 |
» |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中에서 | 오연희 | 2006.09.20 | 224 |
134 | 이사람 제사람 맞습니까(배우자찾기) | 오연희 | 2006.09.27 | 226 |
133 | 테스트 | 오연희 | 2006.10.11 | 267 |
132 | 안도현시인 홈페이지 링크 | 오연희 | 2006.12.05 | 181 |
131 | 가을사진/허경조 | 오연희 | 2006.12.05 | 1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