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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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중앙/신앙과 내 아이들

2007.08.31 14:04

오연희 조회 수:186 추천:53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다. 그 아이들이 믿음이 좋건 아니건 지금 이 시간 어떤 잘못된 장소에 있지 않다는 그 안도감이 나를 기쁘게 할 때가 있다. 물론 교회가 아니라도 건전한 장소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최소한 주일날은 일상과 다른 영적인 생활을 위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리의 삶에 참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믿음이 좋다고 그 자녀들이 반드시 믿음이 좋은 것도 아니고 반대로 부모는 믿음이 없는데도 신실한 믿음을 가진 자녀를 둘 수도 있다. 부모로써 자녀에게 생활의 또는 신앙의 본이 되고 싶지만 솔직히 인간적인 감정과 욕심이 앞서다 보면 생각처럼 원만한 부모자식관계를 갖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미국의 많은 한인 가정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많은 나쁜 사건들이 믿는 가정을 피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교회에서 하는 봉사라는 것이 바쁘다는 이유로 책임을 다하지 못할지라도 탓하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 것” 이라는 예수님 말씀이 책임감의 결여에도 너그럽게 봐줘야 진짜 사랑과 믿음이 있는 것처럼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남에 대해서는 허물을 덮을만한 포용의 마음을 가져야 겠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매사에 임하는 철저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아들이 오는 여름방학에 교회에서 가는 선교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중국, 그리고 아프리카 두 나라 이렇게 세나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갈수 있는데 경비가 거의 2000불이 넘는다.
물론 교회 학생회 측에서 자금 마련을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 경우를 보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3개월이나 되는 방학의 중간 정도에 선교를 간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선교를 위해서 다른 것을 계획할 수가 없게 된다. 정말 믿음이 좋은 학생은 현실적인 문제는 문제가 아니니 선교를 갈 것이다. 문제는 자금이다. 어느 부잣집에서 자녀선교를 위해서 그런 거금을 내는지 모르지만 일단 갔다 오면 아이들이 변한다고 좋아한다.

내 생각이랑 좀 차이가 난다.
선교 가고 싶은 그 마음이 얼마나 기특한지 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난 아들에게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서 가라고 했다. 물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약간의 돈이 부족하다면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솔직히 선교 가는 것이 방학의 중간이면 파트타임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돈을 쓱 내주고 간다면 부모가 준 돈으로 여행을 다녀온다는 기분을 가질 수도 있고 선교에서 얻을 수 있는 어떤 절박함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힘들게 번 돈으로 선교를 하라는 것이다.
선교 가서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강한 책임감을 갖지 않고 그냥 좋은 일좀 하지 뭐…이런 심정으로 갈수도 있다.
잠시의 동정이 아니라 가슴으로 선교의 목적을 깨닫고 오길 바라는 것이다.
알량한 동정심을 갖고 이리저리 선교라는 선교는 빠지면 안 되는 양 열심을 내다가 제대로 학교공부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것저것 하다 안되니까 하나님의 뜻이라며 신학을 하고 목회자의 길을 가는 경우도 있기에 하는 소리다.

내가 한국 있을 때 다니던 교회 목사님은 학생들이 교회에서 라면 끊여 먹으면서 웬 종일 교회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보고는 화를 내셨다. 집에 가서 공부하라고…교회에 온종일 있다고(물론 때때로 교회 일을 돕기도 하지만….) 믿음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몇년전에 내과의사시면서 교회 전도사로 계시는 분을 만난적이 있다. 그분은 의사로 대학 교수로 생활하시면서 주일날은 돈을 받지 않고 전도사로 봉사하시고 계시는, 내가 마음으로 깊이 존경하는 분이시다. 그분 말씀에 의하면 더 크게 하나님께 쓰임 받기 위해서 학생 때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 하셨다.

나의 결론은… 학생 때 열심히 공부해라. 교회에 봉사할 땐 책임감을 갖고 해라 그리고 선교여행도 다녀와라. 물론 선교여행을 위한 자금을 벌기 위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모자라는 부분은 부모나 친척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가능한 한 자신의 능력으로 다녀와야 한다.
노력해서 번 돈으로 하는 봉사는 분명히 더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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