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Herman Hesse

2010.07.10 23:07

arcadia 조회 수:1016 추천:30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Herman Hesse / 홍정욱 국회의원










































구름도 강물도 세월처럼 흘러간다.
경기도 연천 태풍전망대 가는 길에서 구름사냥을...
비가 내린 후 맑게 갠 하늘 참 곱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삶에 지쳤나요?   헤세에게 위로 좀 받으시죠.





유난히 공허한 요즘이다. 사유의 부족에서 오는 지적 공허함이 분명하다.
사실 ‘공부하는 국회의원’ 이란 표현은 모순어법의 극치일 정도로 독서와
의정은 상극 관계에 있다.
분주해진 일정과 연일 쏟아지는 수십 건의 요약문건 틈새에서 책을 통해 꿈과 삶과 길을 돌아볼 여유도, 배짱도 없다.



“행복의 비밀은 자유며 자유의 비밀은 용기” 라는 투키디데스의 말이
떠오를 뿐이다.
그러나 메마른 감상으로 일상의 기적을 갈망하는 내게

변함없는 위로를 주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가 아닐는가 싶다.




소년의 여림을 간직했던 청소년 시절, 푸른 꿈을 품고 유학 길에 오른

나를 맞이한 것은 태산 같은 언어의 장벽과 판이한 환경 속의 소외였다.

그런 나를 좌절과 고독의 유혹으로부터 붙잡아 줬던 것은 도전과 성공에 대한 집착이 아니었다.



천 개의 눈동자처럼 밤하늘을 밝히던 별들, 지친 몸을 누이곤 했던 학교
뒷동산,
언젠가 재회할 가족과 벗들에 대한 상념이야말로 내 의지의 쉼터였고 발로였다.

인간은 항상 ‘일어나 전진하라’ 는 동적 압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연과 예술,
설렘과 그리움의 정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지친 영혼을 쉬게 하고 자아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그런 오묘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따스한 쉼 속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는 초월의 믿음과 ‘이제 다시
시작하자’ 는 회생의 의지가 샘솟게 하는 감상적 사유의 보고인 것이다.



일생 동안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뇌했던 헤세(Herman Hesse)에게
그리움의 필연적 대상은 고향과 자연과 예술
이었다.
헤세는 자신이 사랑한 모든 의미의 집약인 고향에 영원한 향수를 느꼈고,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시인들과 현자들의 형제가 되었으며,
운명의 고통스러운 상처를 사랑의 손길로 보듬는 예술을 사랑했다.
“무한한 것들이 떠나고 한계 지어진 것이 다가오는” 현실의 세계에 갇히게 된
그의 동경과 연민은 현대인이 공유하는 그리움이자 위로의 원천이 아닐 수 없다.



책에는 ‘밖에서는 볼 수 없는 어둡고 신비로운 원시림을 거쳐 수천 곳의

목적지로 독자를 이끌어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목적지도
최후의 것이 아니며, 모든 목적지 뒤에는 또다시 새로운 지평이 열려 있단다.
헤세의 찬미처럼 책(冊)은 한 평 남짓의 공간과 한 세기도 못 되는

시간을 영위하는 우리를 무한과 영원의 세계로 인도한다.

- 리더의 서가, 국회의원 홍정욱 2010.07.10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Herman Hesse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저 푸른 하늘의 뗏장구름을

    바람의 큰손이 밀고 가듯

    이제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갑니다.




    낙타가 모래방망이 비를 맞으며

    분을 참고 콧김을 내뱉듯

    나는 그리움을 견디며

    사랑을 노래합니다.




    하루의 시작과 함께

    심장의 박동끈을 당기며

    별들이 숨어있는 숲길을 지나

    당신이 사는 마을로 등불처럼 내려가면

    삶의 밀알들이 총총이 널려 있습니다.




    언제나 꿈은 나를 배반하고

    욕망은 나를 피폐케 하였지만

    취사선택의 귀로·歸路에서

    그대를 만나

    배우지 못한 사랑을 배우고

    채우지 못한 꿈을

    그리움으로 채웁니다.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면

    나는 바람에 베이는 잎들처럼

    온몸으로 사랑을 노래합니다.
























- 고향.자연.예술에 대하여…


이제 나는 자연을 개인적으로 사랑하기 시작했고,
마치 외국어를 말하는 친구이자 여행의 동반자에게 귀를 기울이듯이 자연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나의 우울함은, 치유되지는 않았지만 고상해지고 정화되었다.
나의 귀와 눈은 예리해졌고, 섬세한 음들의 차이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모든 생명의 박동 소리를 점차 더 가까이 더 명료하게 듣기를 갈망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들을 이해하고, 또 어쩌면 시인의 언어로 그것들을 표현할 재능을 갖게 되기를 갈망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그것에 가까이 다가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선하게 정화시켜 주는 모든 것, 유년 시절의 원천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131쪽 중에서)







Herman Hesse
Herman Hesse

나비는 먹이를 잡아먹고 늙어 가기 위해 살지는 않는다.
 나비는 오로지 사랑하고 잉태하기 위해서 산다.

그러기 위해 나비는 보기 드물게 화려한 옷으로 가득

치장을 하고 자기 몸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날개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날개에 새겨진 줄들과 색채, 비늘과
솜털에는
존재의 비밀이 아주 다양하면서도 섬세한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나비는 오로지 자신의 현재를
집중적으로 산다.

그것은 다른 종을 더욱 매혹적으로
유혹해서 자손을 번식하는 행위를 더욱 화려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나비와 그것이 지닌 화려함의 의미에 대해서는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이나 공통적으로 느껴 왔다.
그것은 단순하고도 아주 명확한 계시다. 또한 나비는 화려한 사랑을 펼치는 동물이다.
찬란한 빛을 발산하며 변형되는 존재이며, 영원한 지속을 상징하면서 또한 짧은 삶을 상징한다.

그래서 이미 옛날부터 사람들은 나비를 영혼의 상징으로 비유했다.



-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헤르만 헤세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 마른꽃잎과 펜드로잉, 2005, 백은하







이 집안의 삶은 다양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안의 모든 장소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는 빛조차도 한가지 색이 아니라 수많은 색채를 띠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삶은 풍요롭고 무수한 소리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내게 아름다워 보였고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더 아름다운 것은 내 소망과 생각들이 담겨 있는 세계였다.
나의 백일몽들이 벌이는 유희는 더욱 풍요로웠다.
나는 현실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했다.



나는 마법이 필요했다. 마법은 우리 집안과 내삶 속에서는 이미 익숙한 것이었다.
(..) 나의 내면의 많은 것들이 이 외부의 사물과 일치하고 있었다.
 오직 나 자신의 내면이 있었고,   오직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사물들이

있었으며, 그것들은 서로 관계하고 있었다.
그것들만큼 비밀스럽고 일상의 현실에서 벗어난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러한 것들이 내게는 무엇보다도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헤르만 헤세








흙과 돌이 구조가 되는 ‘흙집돌집’- 자연에 대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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