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2003.07.06 09:43

정용진 조회 수:778 추천:216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영혼의 깃발을
세상에 내거는 것이다.

시인이
시를 쓰기 이전에는
언어란 언어
문자란 문자들이

동굴의
깊은 광맥 속에서
광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광석들 처럼

무거운 침묵이 있었을 뿐
아무런
이유나 의미가 없었다.

이들에게
짝을 지어 주고
신을 신켜 주고
날개를 달아서
어엿이 세상에 내보낼 때

이들은 비로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날기도 하며
존재의 가치를
발하기 시작 하였다.

시인이 시를 써서
문 밖에 내걸기 이전에는
나부끼는
영혼의 깃발이란
누구도 볼 수가 없었다.

시인이
분신이 되어
슬픔을 울어 주었을 때
그들은 감격하였고
그리운 눈빛이 되어
다가갔을 때
불같이 달아오르던
그 가슴.

시는
산 자의 언어가 되어
말하고
죽은 자의 문자가 되어
남아 있는 것

내 영혼의 깃발을
달아 올릴 때
그대 비록
머언 곳에 있을지라도
환호를 보내다오.

이제
내 마음은
물결이 되어
네 귓가에 찰랑이고 싶고
낙엽이 되어
잠든 뜨락에
소리를 망각한 채
쌓이고 싶다.

삼동에
얼음으로 태어나서
능금덩이 같이 타오르는
네 가슴 속을
녹아 내리는
한 점의 진액이고 싶다.

시인이
문을 열어주기 이전에는
숨겨 둔 밀어와
뜨거운 입술로도
사랑을
말할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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