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簡易驛)

2005.03.16 05:02

정용진 조회 수:730 추천:144

잡초가 무성한
간이역을
녹쓴 증기기관차가
숨을 헐떡이며 지나간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고드름 같은
수증기를 내뿜으며

내릴 사람도 별로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한적한 간이역.

차마
가난한 사람들의
설움을 실을 수가 없어서
지나는 기차도
목이 멘다.

열차가 몰고온 바람결에
죄없이 떨고 서있는
코스모스의 물결.

가을비를 맞으며
여주 < 연라리 > 매류리
빛바랜 간판만
영원을 기다리며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가는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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