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눈송이들이
마른 가지 위로
고기비늘처럼
번쩍이며 나리는데

새끼들이 잠든 동굴
길을 잃은
늑대의 울음소리가
계곡을 가른다.

바람을 앞세우고
흰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산을 내려오는
차가운 달.

창 틈으로 스며드는
한기에 젖어
옛님의 숨결로 떨고 있는
촛불이 애처롭다.

한 세기를 잠재우고
새 시대를 일깨우는
여명(黎明).

지금쯤
어느 곳에서
태반의 아픔을 찢고
또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가.                        

                         <정용진 시집 금강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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