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2005.12.11 07:59

수봉 조회 수:566 추천:167

산그늘이 내리는 어스름
외진 산마을에

땅이 꺼질까 두려워
여덟 개의 발을 달고
거미가 줄을 타고있다.

박 덩이같이 둥근 달이
초가지붕위에 떠오르면
배속가득 감아놓은
실타래를 풀어

지붕과 지붕 사이로
팔각 그물을 치고도
못미더워
강력한 접착제를 발라놓고

얼빠진 놈들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태초의 광대
거미.

제가 쳐 놓은 줄에
자신도 걸려들 까봐
너에겐 날개가 없구나.

그러나 떠날 때는
육신공양(肉身供養)으로
새끼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성애.

얼마 후 새끼들이
우루 루 몰려나와
하나의 껍질로 남은
시신 앞에서
조시(早詩)를 읊는구나.

어머님
사랑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4 MOON Yong Chin Chong 2005.11.23 556
703 LOVER Yong Chin Chong 2005.11.23 587
702 Corn 수봉 2005.12.01 560
701 Echo 수봉 2005.12.01 586
700 Love 수봉 2005.12.01 579
699 AUTUMN SCENERY Yong Chin Chong 2005.12.06 569
698 RAINBOW Yong Chin Chong 2005.12.06 590
697 연서(戀書) 수봉 2005.12.11 598
» 거미 수봉 2005.12.11 566
695 A LAKE ON TOP OF THE MOUNTAIN Yong Chin Chong 2005.12.11 548
694 WINTER MOON Yong Chin Chong 2005.12.11 560
693 A POET’S WORDS Yong Chin Chong 2005.12.11 606
692 DIARY OF A FARMER Yong Chin Chong 2005.12.11 560
691 AUTUMN LOVE Yong Chin Chong 2005.12.11 588
690 SPRING SNOW Yong Chin Chong 2005.12.11 561
689 NIGHT SNOW Yong Chin Chong 2005.12.11 553
688 WILD FLOWER Yong Chin Chong 2005.12.11 642
687 서설(瑞雪) 수봉 2006.01.06 573
686 아내 수봉 2006.01.06 644
685 A TREE’S LOVE SONG Yong Chin Chong 2006.01.15 614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2
어제:
2
전체:
291,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