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2008.08.30 23:50
정용진
1. 우물가
샛별이지면
아침잠을 털고
새댁들이 물동이를 이고
마을 앞 우물가로 모인다.
시어머니가 어떻고
시누이가 어떻고
이웃 머슴이
옆집 과수댁과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고
두레박으로
갓 길어 올린 물동이에
마을 소식들이 출렁인다.
가슴속 깊이 맺힌
고부간의 갈등 매듭을
인내의 세월로 풀고
또아리 위에 얹은
물동이의 물결이
온 마을 전설로 영글어간다.
2. 빨래터
감자 골에서 흘러온 물이
동구 밖 시내로 흐르는
빨래터에
넓적 돌을 뉘어놓고
아낙들이
빨래를 두들긴다.
자신의 설움을
털어내듯
두들겨 패는 방망이소리
때 묻은 죄밖에 없는 빨래들이
후줄근하게 몸을 푼다.
더러는 기인 줄에
깃발로 걸려 펄럭이고
초록 미루나무 그늘 언덕에는
옥양목 필이
신작로처럼 펼쳐진다.
모진세월
어머니는 등 굽은
고목이 되셨고
또 하나의 마을 전설이
말 꽃(言花)로 피어난다.
1. 우물가
샛별이지면
아침잠을 털고
새댁들이 물동이를 이고
마을 앞 우물가로 모인다.
시어머니가 어떻고
시누이가 어떻고
이웃 머슴이
옆집 과수댁과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고
두레박으로
갓 길어 올린 물동이에
마을 소식들이 출렁인다.
가슴속 깊이 맺힌
고부간의 갈등 매듭을
인내의 세월로 풀고
또아리 위에 얹은
물동이의 물결이
온 마을 전설로 영글어간다.
2. 빨래터
감자 골에서 흘러온 물이
동구 밖 시내로 흐르는
빨래터에
넓적 돌을 뉘어놓고
아낙들이
빨래를 두들긴다.
자신의 설움을
털어내듯
두들겨 패는 방망이소리
때 묻은 죄밖에 없는 빨래들이
후줄근하게 몸을 푼다.
더러는 기인 줄에
깃발로 걸려 펄럭이고
초록 미루나무 그늘 언덕에는
옥양목 필이
신작로처럼 펼쳐진다.
모진세월
어머니는 등 굽은
고목이 되셨고
또 하나의 마을 전설이
말 꽃(言花)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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