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2008.08.30 23:50

정용진 조회 수:933 추천:286

           정용진

1. 우물가

샛별이지면
아침잠을 털고
새댁들이 물동이를 이고
마을 앞 우물가로 모인다.

시어머니가 어떻고
시누이가 어떻고
이웃 머슴이
옆집 과수댁과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고

두레박으로
갓 길어 올린 물동이에
마을 소식들이 출렁인다.

가슴속 깊이 맺힌
고부간의 갈등 매듭을
인내의 세월로 풀고
또아리 위에 얹은
물동이의 물결이
온 마을 전설로 영글어간다.

2. 빨래터

감자 골에서 흘러온 물이
동구 밖 시내로 흐르는
빨래터에
넓적 돌을 뉘어놓고
아낙들이
빨래를 두들긴다.

자신의 설움을
털어내듯
두들겨 패는 방망이소리
때 묻은 죄밖에 없는 빨래들이
후줄근하게 몸을 푼다.

더러는 기인 줄에
깃발로 걸려 펄럭이고
초록 미루나무 그늘 언덕에는
옥양목 필이
신작로처럼 펼쳐진다.

모진세월
어머니는 등 굽은
고목이 되셨고
또 하나의 마을 전설이
말 꽃(言花)로 피어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4 나무의 연가 정용진 2008.04.01 989
583 나무타령 정용진 2008.05.20 1262
582 잔듸밭에 누워서 정용진 2008.05.27 1101
581 이목구비(耳目口鼻) 정용진 2008.06.12 929
580 여강(驪江) 연인교(戀人橋) 정용진 2008.06.15 1051
579 천지인(天地人) 정용진 2008.06.24 1091
578 땅의 찬가 정용진 2008.06.26 984
577 손때 정용진 2008.06.29 982
576 산(山)의 시 정용진 2008.07.12 1063
575 불빛 정용진 2008.08.03 957
574 얼굴 정용진 2008.08.05 921
573 정용진 2008.08.08 1073
572 반전(反轉) 정용진 2008.08.16 1065
571 문장교실 정용진 2008.08.20 943
» 수다 정용진 2008.08.30 933
569 Rocky Mountain 정용진 2008.08.30 973
568 Emerald Lake 정용진 2008.08.30 927
567 정용진 2008.09.30 1009
566 커뮤니티 사연 정용진 2008.10.01 912
565 샌프란시스코의 가을 정용진 2008.10.02 969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1
어제:
0
전체:
291,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