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2008.12.07 23:37

정용진 조회 수:954 추천:288

             정용진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
단비가 내린다.

목말라 애타던
가냘픈 햇 모들이 춤을 추고
출렁이는 물결 속에
논 뚝이 넘쳐난다.

트자 트자 물꼬를 트자
너무 먹어 배 터져죽고
배 골아 굶어죽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폭우를 피해
도롱이를 걸치고
물꼬를 터주는
농심(農心)의 사랑.

6.25, 뼈아픈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 속에
드럼통을 두드려 만든
삽을 둘러메고 논 뚝을 헤매던
농부의 모습
이는 우리 아버지들의 영상이다.

물꼬는
주림 끝에 포식한
물 논의 뱃살을 빼주는
사랑의 항문(肛門)이다.
쏴아! 속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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