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2008.12.07 23:37

정용진 조회 수:954 추천:288

             정용진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
단비가 내린다.

목말라 애타던
가냘픈 햇 모들이 춤을 추고
출렁이는 물결 속에
논 뚝이 넘쳐난다.

트자 트자 물꼬를 트자
너무 먹어 배 터져죽고
배 골아 굶어죽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폭우를 피해
도롱이를 걸치고
물꼬를 터주는
농심(農心)의 사랑.

6.25, 뼈아픈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 속에
드럼통을 두드려 만든
삽을 둘러메고 논 뚝을 헤매던
농부의 모습
이는 우리 아버지들의 영상이다.

물꼬는
주림 끝에 포식한
물 논의 뱃살을 빼주는
사랑의 항문(肛門)이다.
쏴아! 속이 후련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4 Empty (Joseph Chong. (차남) 정용진 2008.10.09 934
563 49Eras 구장에서 정용진 2008.10.15 984
562 시쓰기 정용진 2008.10.17 994
561 유기농상표 정용진 2008.10.25 1010
560 하루살이 정용진 2008.10.30 1001
559 손끝에든 장미가시 정용진 2008.11.07 980
558 정용진 2008.11.12 932
557 나목 정용진 2008.11.12 967
556 해로동혈(偕老同穴) 정용진 2008.11.16 1121
555 손녀의 재롱 정용진 2008.11.18 1074
554 빨래터 정용진 2008.11.18 906
» 물꼬 정용진 2008.12.07 954
552 송아지 정용진 2008.12.23 949
551 소걸음으로 정용진 2008.12.31 994
550 겉보다 아름다운 속 정용진 2009.01.05 929
549 너 잘났다 정용진 2009.01.15 1041
548 기네스 북 정용진 2009.01.16 1018
547 조춘(早春) 정용진 2009.01.21 984
546 이슬꽃.2 정용진 2009.01.25 926
545 望月頌 정용진 2009.01.30 934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2
어제:
1
전체:
291,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