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문답(山中問答)

2009.03.02 00:54

정용진 조회 수:990 추천:289

          정용진

춘삼월 제비 떼는
봄소식을 물어오고
구시월 기러기무리들은
소리 높여 귀향문안 드리네.

하늘이 맑으면
들에 나가 밭을 갈고
날이 궂으면
서재에 들어 책을 읽노라.

하늘에 밝은 해는
인생의 희망으로 삼고
중천에 홀로 외로운 달은
뭍 중생들의 고뇌로다.

산천에 조석으로 비 뿌리니
만물들이 다투어 소생하고
산가(山家)에 덮인 눈에
지은 죄 맑게 씻기네.

흐르는 시냇물은
새 세월 실어오고
떠나가는 바람결에
청춘이 늙어가는구나.

섭리로 만난님과
사랑을 엮어가니
자손창성 부귀공명
이 아니 기쁜가.

숲속의 새소리는
너의 음성.

동구 밖 산수유는
나의 마음.

산모롱이 붉은 진달래는
너의 얼굴
뒤뜰 오얏나무 꽃은
선비의 자존심.

계곡의 청죽(靑竹)은
너의 정절(貞節)
언덕의 청송(靑松)은
나의 지조.

뜰 앞 도화(桃花)는
너의 자태(姿態)
계곡의 물소리는
나의 환영의 찬가(讚歌).

돌 담가 국향(國香)은
너의 향기
창가의 매화는
나의 시심(詩心).

오늘도 청산을 향하여
소리쳐 너를 부르니
나 여기 있소 달려가오.
힘차게 화답하네.

새벽안개 병풍처럼 둘리우고
백운이 강산을 굽어보며 떠도는데
산마루에 걸린 붉은 노을은
조석으로 홍조를 띄우는 구나.

버들가지 물올라
치렁치렁 늘어지니
나비 떼들 몰려와
덩실덩실 춤을 추고

山多我高 秋溪洞에
秀峯이 禹居하니
원근의 정든 벗들 구름처럼 찾아드네.
여기가 바로 나의 무릉도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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