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곡(思父曲)

2010.06.24 02:11

정용진 조회 수:979 추천:289

                 정용진

오늘은
아버님의   스믈네번째 기일이다.
대문을 일찌감치 열어놓고
주위 정원을 말끔히 손질하고
촛불을 밝혀놓고
아내는 정갈한 음식을 마련하고
과일 몇가지를 올렸다.

왜족의 침공으로 나라를 잃고
청진으로, 만주벌로
송진덩이 같은
여주 자챗쌀은 다 빼앗기고
마른 옥수수를 씹으며
6.25 4.19 숱한 곡경을
운명처럼 받아들이시며
방황하시던 아버님의
눈물겹게 뼈아픈 삶.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어머님이 생존시
내가 사는 미국을 다녀가신 일이다.
비행기표도 못 보내드렸는데
어머님의 손을 잡고
영혼이 창공을 훨훨 날아 오시리라

손자들은 외지에 나가 살고
아내와 내가 정성드려 상을 차려놓고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기도를 드린다.

머리털을 뽑아
그 올로 신을 만들어 신켜드려도
효성이 부족하다는 선인들의 가르침
날로 무섭게 변해가는 세정이 두렵다.

“어버이 살아신제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이가 하노라.“

송강 정철의 사부곡이 가슴을 울린다.
부모를 공경하면
그 후손이 대대로 축복을 받는다.
                              (6/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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