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청소

2010.09.08 06:23

정용진 조회 수:816 추천:274

물청소
             정용진

나는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하면
물 호스를 들고
물청소를 시작한다.

바람에 쓸려와
뒷뜰에 가득히 쌓인 먼지와 낙엽들...
쏴아- 쏴아-
지하 3백피트에서
뿜어 올라오는 지하수
차가운 물소리를 들으면
어느새 가슴이 차분히 가라안고
영혼이 말끔히 씻기는
기쁨을 얻는다.

잡념도 버려라
오해도 씻어라
온갖 번뇌도 흘려보내라
내가 내 자신을 향하여
명령을 하고 채찍을 가한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서있는
화초들에게 시원한 물을 뿌려주면
땡큐 땡큐 땡큐 화답을 한다.

오늘도
태양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콩크리트 바닥에 맨발로 서서
호수로 물을 뿌려대면
시원한 발등
따사로운 발바닥이 좋아란다.

호스를 들어
물청소를 하노라면
세심정혼(洗心淨魂)의 물결이
어느새
내 가난한 영혼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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