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의 노래

2010.10.14 03:44

정용진 조회 수:780 추천:276

불사조의 노래
                  <칠레 광부들의 생환에 부쳐>
                        정용진(시인)

광부(鑛夫)!
이 얼마나 슬픈 이름이냐?

땀으로 뒤범벅이 된 얼굴에
검은 분칠을 하고
암흑의 골짜기 칠흑의 갱도를 따라
미지의 동굴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생명의 모험
생명의 도박
생명의 투쟁

그대들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고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있었고
노심초사(勞心焦思), 걱정근심에 잠 못 이루는
부모들의 간절한 기도가 있었다.

일각이 여삼추(一刻如三秋)였을 터인데
69일간을 700메타 갱 속에서
얼마나 후회하고
얼마나 번민하고
얼마나 슬퍼하였겠느냐?


작은 캡술의 영양소를 받을 때마다
서로 권하고 격려하던 고귀한 인간애
그대들은 감사하라
시험을 시련으로
시련을 축복으로
축복을 영광으로...
하나님께 올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남은여생을 당당하게 살아가거라.

우리의 형제자매들도 한때는
가난을 극복하려고
독일 광산의 광부로
벽촌의 간호사로 정든 고국을 떠나
고되고 힘겨운 세월을 살아온
슬픈 과거가 있었다.

마지막 동굴을 벗어 날 때에도
서로 양보하고 격려하며 먼저 나가라던
그대들의 아름다운 동지애
우리 모두는 밖에서 울었다.

세계 70억 인류들이
그대들의 환생을 축하하며
내일을 지켜보리라.

어두움을 뚫고 동굴 속을
환희와 감동으로
찬란하게 비추는 생명의 빛
영원한 33명의 불사조여!
승리의 화신이여!

환호!
치 치 치!  레 레 레!  비바! 칠레.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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