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痕迹).2

2011.02.22 05:09

정용진 조회 수:755 추천:255

  
흔적(痕迹).2
정용진

조금 전에는
6.25때 왼발을 잃은 노병(老兵)이
목발에 의지한 채 외진 길을 가더니
얼마 후에는
기계방아에 휘감겨 잘려나간
의수(義手)의 왼팔 잡이가
허위허위 휘적이며 지나간다.

이마 위에는
흘러간 세월들이
홈 패인 잔주름으로 파도치고
얼굴에는
마마자국이 죽은 깨알같이
듬성듬성 박혀있다.

어느 누가
삶이 그리 쉽다했나
인생은 고해(苦海.一切衆生皆苦)라더니
것 옷으로 자신의 아픈 흔적을
허술히 가리고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구나.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

자신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살아가는
산동네 마루턱에
석양 노을을 토해놓고
훌훌히 떠나가는 붉은 태양
검은 산그늘이 저들의 상처위로
낙엽처럼 추적추적 쌓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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