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煙雨)
2012.03.21 08:48
정용진
뒷동산이
한겨울 걸쳤던
장삼(雪衣)을 벗고
꽃마을을 가꾸기 시작한다.
향긋한 실바람을 타고와
보드라운 새싹을 어루만지며
소리 없이 내리는
연우(煙雨).
어느새 실개천이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고
초록 동산 위를
꼬마 발레리나
노랑나비 떼들이 몰려와
춤을 춘다.
한겨울
땅속에 몸을 숨겼던
작약(芍藥) 순이
진홍 연지를 바르고
쏘옥 쏘옥
상기된 얼굴을 내밀고
보슬비가 내리는 오솔길
산사로 향하는 노승(老僧)의
가사(袈裟)가 촉촉히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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