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시인의 통일시 8편

2013.01.27 14:18

정용진 조회 수:686 추천:149

정용진 시인의 통일시 8편

1.통일의 꿈

통일은 꿈입니다.
희망입니다.
만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밤마다 꿈을 꿈니다.

피난길
산모롱이를 돌다
엄마를 놓친 꿈.
남포동 거리를 헤매다
누나를 만난 꿈을 꿈니다.

통일은 한(恨)입니다.
남과 북이
꿈속에서 만나
서로 부둥켜안고 울다가
깨어서도
진짜로 부둥켜안고 우는
감격의 꿈입니다.

그것을 못해서
우리 모두는 이렇게 괴롭습니다.

통일은 아픔입니다.
너의 고뇌를 내가 알아주고
나의 고통을 그대가
대신 짊어져주는

통일은
서로를 생각하는 맘입니다.
서로를 희생하는 맘입니다.

진짜 통일은
피나는 아픔을 참아가며
가지를 자르고
줄기를 자르고
마지막 남은 몸통속의
신장마저 떼어주며
서로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참맘입니다.

이것이 없어서 우리는
이제껏
형제가 피투성이로 싸운
억울한 쌈꾼들이었습니다.

통일은
너도 텅 비우고 나도 텅 비워
네 속에 내가 들어가고
내속에 네가 들어옴입니다.

이제껏 우리는
헛살았습니다.
서로를 욕하다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습니다.

잘났다는 사람들의
춤사위에 놀아난
헛삶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의 비극입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원통 합니다.
어쩌다 이 꼴이 되었습니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배욕, 권력욕, 명예욕,
헐뜯음, 비웃음을 버린다면
통일은 이제라도 곧 옵니다.

그것을 기다리다 간
슬픈 혼들이
우리들의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통일은
문을 열어줌입니다.        

2.남과 북

전운, 눈먼 휘장에 가려
60여년 분단의 세월을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였던
남과 북.

이제는
봄눈 녹는 물소리에
38선 언 땅이 갈라지고
움트는 생명의 숨결.

새천년 새 시대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 위하여
너무나 오랜 세월을
우리 모두는 인내하고 아파했다.

민족의 심장에서
동록(銅綠)을 닦아내고
군사분계선을 뛰어 넘어
두 정상들이 포옹할 때
그 두 가슴의 따스한
체온을 통하여
혈맥 속으로 굽이쳐 흐르던
뜨거운 민족애.

남과 북
7천만 겨레
우리 모두는
감격했다
감동 했다
눈물을 흘렸다.

못난 과거는 이쯤에서 묻어버리자
서로가 서로의 책임을 물어
무엇 하겠느냐
우리 모두는
백의민족의 후예들....

벗어던지자
깨쳐버리자
독선과 아집
고집과 편견을
과감히 부셔버리자.

불덩어리 같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민족의 염원 앞에
무엇이 감히 버티겠느냐

남과 북이
손과 손을 마주잡고
가슴과 가슴을 얼싸안던 그날
비로서
임진강의 핏기가 가시고
한탄강 물결이 잠들어
참 평화로구나!

이제 우리
서로의 죄를 용서하고
사랑으로 화해하자
전쟁에서 평화로
분단에서 통일로

동면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반목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적대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우리의 항로
우리의 뱃길
우리의 육로로
서로 오가면서
우리끼리 하나 되자

7천만 겨레여
삼천리금수강산이여.    

3.금강산

해동의
슬기 기(氣)로 뭉쳐
춘하추동
금강
봉래
풍악, 개골산으로
한얼 백성들의
우람한 가슴에
빛으로 솟아 영롱하구나,
하룻밤 자고 나면
동해 운무로
머리를 감고
칠보단장한
새 신부가 되어
칠천만 연인들을
설레게 하나니
저마다 보석으로
찬란히
버티고 선
만물상.
겨레의 꿈처럼
아름다운
팔선녀(八仙女)의 그윽한 전설이
넘쳐흐르는 옥류동 계곡
민족의 기상으로
요동치는
구룡의 용트림
밤 낯으로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구룡폭포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우리 한민족의
얼을 깨우는구나.
봄빛, 여름 볕
가을 단풍
겨울 눈밭에서도
억 년 세월을 초연히
한민족의 기상으로
솟아오르는
백두대간의 젖꼭지
금강산.

4.해금강

누구를 기다리다
선돌이 되었는가,
타는 한(恨)
눈물로 고여
발아래 출렁이는
애절한 물결소리
아픔의 세월
임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구나,
오늘 도
뜨거운 눈물을 식혀주는
실 안개비
끼룩 끼룩
짝을 부르는
갈매기 떼들의
눈물겨운 갈구에
해금강은 오늘도
선돌로 서서
그리운 임을
기다리는구나.

5.구룡폭포

상팔담
물안개로 드리워 진
팔선녀의(八 仙女)의]신비로운 자태여
넘치는 옥류동 계곡
옥문(玉門)을 여는
천년의 물소리에 반하여
구룡이 구룡연에서
용트림을 하네.
선녀 하나 내려올 때
용이 하나 오르고
용이 하나 솟구칠 때
선녀 하나 내려오네,
용과 선녀가 만나
하늘과 땅의 노래로
벌리는 잔치
어이
남과 북의
선남선녀들이
헤어져 눈물로 보낼거냐
청룡이 선녀를 껴안고
구름을 타고 오르는
등천의 축제를 보아라,
민족의 심장
금강산에서
천지를 울리는
구룡폭포
삼천리금수강산
한민족의
영원을 노래 부르네.

6.백두산(白頭山)

흰 모시적삼
가려입고
억년 세월
물동이를 이고서서
압록, 두만 두 젖줄로
삼천리금수강산을 적셔주는
임은
우리들의 자애로운 어머니
백두산.

천지(天池)는
정화수(井華水)로 넘치는
이 나라 큰맘이요
하늘 향해 솟은
늘 푸른 소나무들은
이 민족의 기상일레

보라
어느 누가
이 나라 이 백성을
넘보랴, 범하랴

여기는
영원무궁토록
우리의 후손들이
민족혼을 씨 뿌리고
열매 맺을 텃밭이라

우리 모두는
조상들이 물려준
이 아름다운 땅에서
경천애인, 홍익인간의
거룩한 뜻을 기리며
혼 불로 타오르리라
단군조선(檀君朝鮮)의 자궁(子宮)
백두산.                            

7.고구마

엘에이에 가는 길에
아내가 따라 나오며
밤고구마를 사오라 한다.

한남 체인에 들러
고구마 여나무개를 사서
몇 개는 쪄먹고
나머지는
은종이에 싸서
벽난로에 구워먹고

두어 개를
빈 병에 물을 채우고
창가에 세워두었더니

머리 부분에서 싹이 돋고
발치에서
실뿌리가 나
민족의 희망 같은
강한 줄기가 뻗기 시작한다.

아버님께서
감자와 고구마를
심으시던 모습을
곁에서 어깨너머로
늘 지켜보았던 터라
몇 줄기를 잘라
뜨락에 심었더니
내 영토가 좁을세라
주야로 뻗어 나간다.
마치
경의선 줄기 같기도 하고
경원선 레일 같기도 하다.

어서
가난한 북녘 땅으로
힘차게 달려 가
내 겨레 허기진
저들의 주린 가슴에
식량이 되 거라
영혼의 양식이 되 거라.

남과 북
백의민족의
절절한 민족애가
저 고구마 넝쿨처럼
줄기차게 뻗어가
우리 어서 손을 잡자.

형제요 동족이 만나는데
무엇이 문제요
지체의 이유가 되겠느냐?

백두산과 한라산의
푸른 기상과 같이
굳세고 빛나는
조국 통일을 이룩하자.

홍익인간 경천애인의
자랑스러운 후예들아.

8.통일의 노래

백두산 천지에 영기가 서리고
한라산 백록담에 슬기가 넘쳐
태평양 광망의 바다를
용솟음쳐 흐르는 저 파도소리를
7천만 겨레여
너는 듣느냐
듣고 있느냐.
우리 모두는
한 모습, 한 넋으로 지음 받은
배달의 겨레들....
어느 누가
우리들의 조국
뛰는 심장 위에
쇠말뚝을 박고
녹슨 조망을 느렸느냐.
너와 나는
하나의 언어, 문자, 풍속으로 맺어진
백의민족의 형제들
실 비단 같이 고운
한강의 물굽이가
남산을 휘감아 돌고
청류벽 해맑은 물소리가
모란봉을 우러르는

여기는
우리의 선열들이
광개토대왕의 열기를 더하고
독립의 피를 뿌리고
통일의 혼 불을 밝히던 곳
이 찬란한 대지는
우리들의 혼을 심고
뜻을 키우며
뼈를 묻어야 할
아름답고 거룩한 고향.

남의 동포여
북의 겨레여
해외의 교포들이여
네 녹슨 철조망을 버리고
내 낡은 탐욕을 씻는다면
잘린 허리 판문점을 흐르는
임진강 물소리도
평화를 노래할 것을
반도 삼천리는
우리의 조상들이 물려 준
민족의 성지.

여기에
너와 나의 숨결로
자주의 꽃을 피우자
민주의 꽃을 피우자
통일의 꽃을 피우자.

아!
무궁한 영육의 보금자리
우리들의 금수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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