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퍼레이드 축시>

고향을 심는 사람들

태평양
푸른 물결을 넘어
낯익은
고향 하늘이
캘리포니아
기름진 들에
드높게 열리는 이 가을.

황량한 벌판에 서서
하늘의 뜻을
가늠하던
청교도들의
겸허한 믿음과
따가운 사막 위에
개척의 힘찬
깃발을 세우며
부강의 내일을
스스로 다짐하던
카우보이들의
힘찬 맥박.

지금은 작고
오늘은 가난하고
눌려 살아도
우리에게는
5천년을 한결같이
굽이쳐 흐르는 인내와
착하고 슬기로운
백의민족의
연면한 전통이 있다.
여기는
영원한 승리를
다짐하면서
너와 내가 신념의 닻을 내리는
기항지(寄港地).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다
남의 행랑채에
유숙하는
길손이 아니다.

지금은 힘겹고
오늘은 벅차고
눈물겨울지라도
우리 모두는
한민족의 땀
한민족의 피
한민족의 얼로
이 젊은 대륙
넓은 가슴에
고향을 심자.


지칠 줄 모르고 치솟는
젊음의 투지를 보라
하버드에서
버클리에서
줄리아드에서
진리의 얼을 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

거친 들을 갈아
민족혼이 잉태된
푸른 생명수를 심으러
온타리오로 가자
베이커스 필드로 가자
뉴저지로 가자.

우리는
반만년 역사의
정신의 아들들
언론은 살아서
빼어난 모국어로
우리가
역사의 주역임을
아로 새기라.

태평양
푸른 물결을 넘어
낯익은
고향 하늘이
기름진 들에
드높게 열리는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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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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