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 문학도 한류시대를 연다
한영시선집 ‘너를 향해 사랑의 연을 띄운다’ 출간




  책표지  



한국문학도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세계로 힘차게 뻗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작품 속에 깃든 고유 이미지가 전세계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도록 제대로 된 번역작업이 요청된다. 아예 어릴 때부터 정교한 영시(英詩) 습작이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다.
한영시선집 ‘너를 향해 사랑의 연을 띄운다’(미래문화사)는 한국 산하를 노래한 시와 이를 영어로 녹여낸 영시가 듬뿍 담겨 있어 우리 문학의 세계화 시대를 열고, 영시 교육을 강화하는데 소중한 지침서가 되고 있다. 작가는 현재 미국에서 30년 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원로시인 정용진(67)씨다.


정 시인은 1971년에 도미해 미주 한인문인협회장을 역임하고, 현지의 각종 시 전문지로부터 우수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시는 깊은 명상과 사유 끝에 얻어낸 정수라서 간결하면서도 예리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사랑을 주제로 쓴 그의 작품들은 시어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한국적 서정이 짙게 깔려 있다. ‘사랑의 초대’ ‘기쁨’ ‘아픔’ ‘추억’ 등 4부로 나뉘어 총 71개의 작품이 선보인다.


‘간밤 마른 땅을 적시며/함초롬히 내린/이슬비’(님 중에서)는 어떻게 영어로 옮겨야 할까. 정 시인은 ‘The drizzling rain/soaks the dry ground overnight’라고 일러준다. ‘연지 찍고/곤지 찍고’(꽃노을 중에서)는 ‘Painting the cheeks red/Painting the forehead red’라고 적어준다. ‘내 누님의/속마음 같은/명주 비단자락’(여강 중에서)은 ‘The river is like my older sister’/heart-a gossamer/drape of silk’라고 풀어낸다.



정 시인의 시는 리듬에 겹고, 정감이 넘친다. ‘산심(山心)을 싣고/세렴폭포 뛰어내려/달려오는 시냇물도/나를 반겨 맞는데’(치악산 중에서)는 ‘The water from the steam/filled with the love of the mountain/travels down the stream/to greet me’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는 ‘섬섬옥수’도 ‘beautiful and sad hands’로 솜씨있게 녹여낸다.

경기 여주 출신인 정 시인은 미국에서 제10회 미주문학상, 제8회 한국 크리스천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시집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견 동양화가 시연 김난옥의 삽화가 곁들여 있어 한국의 서정미가 더욱 물씬 배어나온다. 시연은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무등미술대전 대상 등을 받고, 현재는 종로미술협회 이사, 각 미술단체 공모전 심사 등을 맡고 있다. 한영시선집에서 시연의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189쪽, 9000원.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2007.04.10 (화)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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