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8/2003
<에세이> 시인과 농부
크리스찬 헤럴드 이선주 고문


이 책 머리에 붙인 시 '농부의 일기"의 첫줄에서 독자는 저자 정용진 장로의 체취와 인품에 흠뻑 젖고만다. 그는 자신을 밭가는 농부로 비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샌디에고 근교 훨부룩 마을에서 에덴 장미농장을 경영하며 살고있다. 미국까지 와서 농장에서 일을 하고있다는 말에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21세기 초에 접어든 현대 후기 문명이 자아내는 폭력적인 혼돈에 염증을 느끼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환경이 아닌가. 왜냐하면 거기에는 생명의 신비를 음미 할수 있는 한가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 정용진 장로를 아는 이들은 그가 허름한 농부처럼 소탈하고 겸허한 분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가롭게 생명의 신비를 감상적으로 음미하는 범부(凡夫)가 아닌점도 알고 있다. 계절을 따라 씨를 뿌리고 꽃입도 가꾸지만 역사의 한 복판에서 불의에 대항해 생명을 걸어온 사회 운동가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러기에 그가 읊고 있는 시 구절 "진종일/삶의 밭에서/불의를 가려내듯/잡초를 추리다가/땀 솟은 얼굴을 들어/저문하늘을 바라 보면/가슴 가득 차오르는/영원의 기쁨."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뜻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는 정 장로를 70년대 초부터 사귀어 왔고 지난 30연 동안 한편으로 동포사회의 문화를 배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 향상과 사회 개혁을 추진하는 동지로 살아왔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 어려움도 겪었지만 또 그의 표현대로 영원의 기쁨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나름대로 간직할 영원의 기쁨에 대해 나 나름대로 짐작하는 법칙이 있다. 그의 사회 참여의 동기를 나 나름대로 추리해 보는 것이다. 내가 처음 만났을때 그는 시를 썼고 한문 지식이 풍부하였고 게다가 도산을 흠모하는 흥사단 단우였다. 그러니까 그가 사회운동에 참가한 것은 그의 지성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때 비 민주적인 유신체제가 한국에서 선포되었기 때문에 절대 권력을 함께 비웃으며 한인사회 최초의 앤솔로지<지평선>을 펴냈었다. 그때 서울에서는 김지하 시인의 5적시가 회오리 바람을 이르키고있었다. 그 뒤 김재규씨의 거사로 유신 독재가 끝장나는가 싶더니 신군부가 쿠테타를 이르켜 광주 대학살 이라는 참극까지 저질렀다. 그때부터 정장로와 나의 이른바 반정부 운동은 거칠어졌고 <뿌리>지에 실린 그의 시들은 무서운 폭탄과도 같았다. 그러니깐 유신체제 이후 광주 민중항쟁을 거쳐 군사독재가 무너질때 까지 정장로가 쓴 시들은 그가 하루종일 잡초를 추려내듯 민족 사회의 불의를 가려내려는 총탄이었음을 알수있다. 정장로가 <시인과 농부> 에 모은 글들은 그가 펴낸 시집 <강마을> <장미밭에서> <빈 가슴은 고요로 채워두고>와 수필집 <마음밭에 삶의뜻을 심으며>이후에 신문과 잡지에 실렸던 글들을 였은 것이다. 그는 마지막 글 "5.18민중항쟁의 역사적 의미"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교훈인 "나라가 없고서 한 집과 한 몸이 있을수 없고 민족이 천대 받을때 혼자만이 영광을 누리수 없다."를 되새기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한국의 요동치는 현대사에서 배울 교훈은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살아 갈것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선주 코리아헤럴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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