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껴안은 여인의 등은...

by 김영교 posted Jan 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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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 서있는 사람의 등은 슬픔입니다.
      닫힌 문 같아 나는 열고 싶고
      등 푸른 생선이 바다를 식탁에 올려 놓으면
      지느러미 돋아난 나는 달빛 푸른 고향을 헤엄칩니다.
      
      어느 날  
      빈 운동장 같은 방을 피아노 선률로 가득 체우던 
      한 여인의 등을 목격했습니다. 
      멋있다, 다가가려는데 여인은 건반을 덮고 
      조용히 일어나 걸어 나갔습니다. 
      <흐르는 등>을 업고 떠나간 그 여인의 미소는
      일렁이는 그리움이었습니다. 
      그 여인만의 신비한 분위기를 뒤에 남겨 놓고 말입니다.
      방 밖은 눈부신 8월이 쏟아지고 있었지요. 
      내 아쉬움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으나 활자에 몰입된
      시선은 <흐르는 등>을 좇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고정의식이 쨍그렁 깨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바다로 향한, 편견으로 빗장걸린 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있는대로 다 보이며 피아노를 치던 그 여인의 등은 
      파도였습니다.
      잔잔한 파문이 일렁이는 노을빛 물결의 파도였습니다.
      아름다움이 었습니다. 
      
      망망대해는 슬픔의 닻을 거두고 금빛 찬란한 물이랑은
      지구을 질서 한 가운데 우뚝 솟게 했습니다.
      
      등은 사라지고 등은 일어 섰습니다.
      감격이었고
      예술이었고
      비상이었습니다. 
      
      한 방향을 가진자  한 발 뒤에
      조화와 소망의 산들 바람이 물기를 물어 옵니다.
      등은 파도 넘실대며 기쁨으로 확대되어 갑니다.
      수증기 같은 순수 앞에 
      겉옷을 벗고 엎드리게 만든 <꽃동네>사건을 고백합니다. 
      
      




꺽이고 뿌리뽑힌 세상의 소외된 영혼들에게 소망과 섬김으로 돌보는
사랑의 공동체, <꽃동네>는 문학과 전여 무관한 곳일까요?
달빛을 칭칭감고 춘 춤과 노래가 별로 뜬 밤
젊음이 요동친 심상치 않은 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