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도 없는 것이 1

by 김영교 posted Jan 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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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발도 없이 앞장서서 흔드는 너의 손짓에 항상 취하는 나 잡을 수도 볼 수 없는 수 십 년이 지난 동거 오늘 너의 실존에 비틀 거린다 꼭 껴안고 물기를 털어준다 갓 감은 손녀의 윤기 도는 머리 레몬 숲이 일렁인다 과수원을 돌아 아랫마을로 가는 바람 그 높은 곳을 지나 정면에 놓인 작은 초인종 누르기만 하면 통로를 따라 지하실에서도 달려 나와 반가워 집안 전체가 벌렁 거린다 동네 어구 길목마다 모양도 형체도 없이 가득하기만 한 너울 잠들어 있는 나의 호흡을 고르게 깨우는 방향(芳香) 길을 잃지 않는 행보가 나를 미치게 한다 흐르기 시작하면 길게 누운 마을의 관절이, 마디가, 근육마저 움직이며 일어나 깊은 산 계곡을 뒤도 안돌아 보고 줄지어 넘어간다 너 안에 내가 사는 길.